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공식 석상에서 조 후보자의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조 후보자에 대한 당내 여론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제안한 조 후보자 ‘3일 인사청문회’에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해찬, “당 대표로서 송구하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최고위원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조 후보자 논란에 관해 속상해하고 걱정도 많이 하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당 대표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조 후보자의 딸 관련 의혹 등에 사과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조 후보자가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에 대해 청문회에서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점 남김 없이 (의혹을) 밝혀 국민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도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김 최고위원은 “조 후보자 딸의 논문과 대학·대학원 입시와 관련한 부분은 적법, 불법을 떠나 많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청문회에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당 의원총회에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점이 있다”며 당의 부실한 대응을 지적한 바 있다. 설훈 최고위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조 후보자의 딸이 제1저자로 올라간 부분은 납득이 잘 안 된다”며 “이 부분에 대해 조 후보자가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조 후보자의 ‘자진 사퇴’나 ‘지명 철회’엔 부정적이다.
조 후보자는 민주당이 전날 제안한 국민청문회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조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꾸려진 서울 적선동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매일 주변과 과거를 고통스럽게 돌아보고 있다. 많이 힘들다”며 “(국민청문회는) 형식이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까지 청문회 일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27일 국민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언론이 묻는 형식의 청문회를 진행해 ‘셀프 청문회’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떳떳하다면 3일 청문회 응해야”
한국당은 이날 조 후보자의 청문회를 3일 동안 열자고 여당에 제안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까지 사모펀드 의혹, 사립학교 법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한 의혹, 후보자 딸 논란 등 굉장히 많다”며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3일간의 청문회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이 떳떳하다면 3일간의 인사청문회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여당이 이를 거부하면 청문회를 보이콧하고 특검·국정조사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한국당의 3일 청문회 제안에 ““그럴 거면 집에 가서 다른 일 하는 게 낫다”고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김우섭/고은이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