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인 조모씨(28)가 한영외고 2학년 재학 당시 단국대에서 2주가량 인턴을 한 뒤 제1저자로 참여한 의학 논문을 두고 의료계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문을 본 의사들은 “고등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할 만한 수준의 논문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의사협회는 당시 조씨를 지도하고 논문 교신저자로 참여한 장영표 단국대 소아청소년과학교실 교수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논란이 된 논문은 2008년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eNOS Gene Polymorphisms in Peri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이라는 연구물이다. 태아 뇌졸중(HIE) 환아 37명을 포함해 단국대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 91명의 혈액 시료를 유전자 분석한 것이다. 당시 조씨는 논문에 참여한 여섯 명의 저자 중 제1저자로 등재됐다.
논문의 제1저자는 연구를 설계하고 실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등 논문을 쓰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이다. 논문을 본 국내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 A씨는 “저자 배정은 대부분 지도교수가 좌우하지만 논문을 쓴다면 누구나 제1저자라고 인정할 만한 사람이 받는 게 상식”이라며 “당연히 연구 내용을 두루 이해하는 것은 물론 분석 작업에도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논문을 쓰기 위해 알아야 했던 배경지식, 유전자 분석 방법 등을 고려하면 2주 정도 연구소에서 인턴 생활을 한 고등학생이 제1저자가 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이 논문이 2006년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정부지원금을 받은 연구 결과물이라는 것도 논란이 됐다. 정부 R&D특허성과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신진교수연구지원을 받은 이 사업의 연구책임자는 김명주 단국대 의대 교수다. 하지만 김 교수는 논문에 다섯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일부 의사는 이 부분도 석연찮다고 지적했다. 논문을 제출할 당시 조씨는 한영외고에 다녔지만 논문에는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소속으로 돼 있다. 의사협회는 21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이런 점들을 문제삼아 장 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문제의 논문을 쓴 뒤 조씨는 고려대 생태환경공학과를 거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조 후보자 측은 “딸의 논문과 대학 입학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이번 사태를 잘못된 국내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시스템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동네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B씨는 “의전원에 입학한 학생 중에는 부모 등과 친분있는 교수의 논문에 공짜 저자로 참여해 입시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학입시 등에 활용되는 공짜 저자 관행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