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립군’ 이정재, 물음표를 좋아하는 배우

입력 2017-06-02 11:26
[임현주 기자] 이번에도 이정재의 연기는 참 맛깔 난다.‘암살(2015)’, ‘관상(2013)’, ‘신세계(2013)’ 등 대한민국 대표 흥행 대작에서 활약해온 완벽한 존재감의 배우 이정재. 특히 ‘암살’ 속 염석진과 ‘관상’ 속 수양대군은 관객들뿐 아니라 많은 연예인들까지도 성대모사를 선보였다.그만큼 대사의 톤과 표정, 제스처 그 전체를 아우르는 이정재의 맛깔났던 연기가 우리들에게 깊은 여운을 줬던 것. 매 작품마다 폭넓은 연기력과 카멜레온 같은 캐릭터 변신으로 수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대체 불가한 배우 이정재가 영화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으로 스크린 컴백을 알린다.이정재만의 뜨거운 눈빛과 진정성으로 만들어낸 토우. 동료를 위해, 광해(여진구)를 위해, 나아가 조선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는 모습이 대한민국 현 시대의 우리들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그 새로운 공감대는 뭉클함을선사하기도 하고, 우리네 삶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만들기도 한다.이에 이정재는 “(토우 역할을 연기하면서) 남의 인생을 대신 산다는 것에 대한 애환보다는 가난에 대해 생각이 들었죠. 가난하기 때문에 이들이 힘들고 아파하니까. 나라(조선)도 가난하고 나(토우)도 가난하고. 에브리바디 가난하고(웃음)”라며 대립군의 삶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백성 중 가장 낮은 신분에 속하는 대립군이겪는 험난하고도 잔인한 전쟁 속 고생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이정재는 연습했던 부분 중 목소리 톤 잡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목소리 톤 잡기가 굉장히 애매했어요. 인토네이션이라던가 목소리에도 색깔이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조금 너무 전형적인 사극 톤이기도 하고... 새롭지 않게 보여질 수도 있는 반면, 너무 새롭게 가면 아주 거친 대립군 혹은 산사람 같은 그런 느낌이 안 나오더라고요.그래서 톤 잡기가 되게 어려웠어요. 탁트여 있는 공간에서 말하는 전투에서는 더 샤우팅을 많이 했었을 테니 일반 사람들과성대구조가 남다르지 않았을까하는 이런 상상력에서 시작했어요.” 특히 ‘대립군’ 속에서 이정재의 앙상한 몸이 인상 깊었다. 보통 전투를 많이 하는 전쟁영화다 보니 ‘화난 등 근육’같이 근육으로 다져진탄탄한 몸을 만들려고 노력할 텐데 의외였다.“아무리 전투를 한다 해도 전란시대에 몸이 울그락 불그락 하는 건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물론 제가 멋있게 보이고 싶었다면 물에 들어가기 전에 막 팔굽혀펴기하고 했을 텐데.(웃음) 체중 조절 같은 경우도 암살 때처럼 하지는 않았어요. 뭐자연스럽게 살이 붙지 않게 됐던 것 같아요. 현장에 밥 차가 올라오는 그런 경우가... 반은 올라오지만 반정도는 올라오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먹거리가 풍족하지 못했고 아침, 새벽부터 촬영을 위해 현장까지 걸어서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가 했기 때문에 살찔 겨를도 없었죠.”하긴 이정재의 말이 맞다. 영화의 리얼리티를 강화하기 위해서 실내 세트촬영을 배제한 올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했었기에 오히려 운동이 됐을 터. 이 영화를 연출한 정윤철 감독이 ‘모든 배우들에게 미안하다’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재수의 난(1999)’ 이후로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영화는 이게 처음이에요. 정윤철 감독님도 찍었던 영화 중에 뭐가 제일 힘들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이거다’ 했죠.(웃음)”이번 영화에서 어린 후배인 여진구와 호흡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의외였다”고 전했다. “(여)진구 씨가 영화 제작발표회를 통해 처음으로 기자 분들이랑 만나는 자리였는데... 첫 말이 ‘저 무서운 아저씨는 뭐냐’라고 했을 때 좀 의외였어요.(웃음) 촬영장에서 얼마나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했는데 아 그 정도로는 택도 없었나보구나 싶었죠.(웃음)”이어 여진구가 이정재만의 눈빛을 뺏어오고 싶다고 말한 것에 대해 “무서운 아저씨의 눈빛이요?(웃음) 근데 그 친구가 더 잘할 거예요. 현재도 잘 하고 있고. 가진 것을 또 뺏어가고 싶다하는 것은 무슨 심보죠?(웃음)”라며 귀여운 뒤끝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이정재는 ‘절친’ 정우성과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를 공동 운영을 하고 있다. 평소 당당하게 소신발언을 하는 편인 정우성과 달리 이정재는 웬만해선 그런 표현을 잘 안하려 한다고. 그런 그에게 현실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대립군’이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제가 스스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긴 해요. 관객 분들이 보시고 자연스럽게 느끼신 것을 어느 공간에 글을 쓰고 그런 건 좋은 일이지만요. (제가 그걸 말한다면) 너무 일차원적인 것 같아요. (메시지가) 영화에서 너무 잘 보여 지는 것 같아요. ‘그걸 굳이 내가 또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거죠.”“저는 대화법이 달라요. 뭔가를 얘기해주고 싶어도 직접적으로 안하고 질문으로 바꿔서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이게 좋은 거야’라고 가르쳐줄 수 있지만, ‘이게 좋은 건가?’라고 물어보는 이유는 그 질문이 상대방에게 좋은 것을 찾게끔 해주는 것이니까 그 사람 것이 되는 거죠.”더불어 후배들에게 중요하게 말하는 덕목을 묻는 질문에 이정재는 “시간을 잘 나눠서 썼으면 좋겠어요. 시간에 대한 계획도 나름 세웠으면 좋겠고... 사람이 계획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성공을 위해서 시간을 할애한다기보다는 내가 얼마만큼 시간을 더 잘 써서 행복감을 느끼는지에 대한 말을 많이 해주고 싶어요. 성공을 했다라고 해서 그게 반드시 행복지수와 동등하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성공을 좀 덜했어도, 만족감을 좀 덜 느낀다 해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마음 자세는 다른 거라 생각해요”라 전했다. 그렇게 많은 후배에게 가르침을 주는 이정재에게 멘토는 누구일까? “뭐 어쩔 때는 여진구 씨에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고, 김무열 씨한테도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고. 지금 인터뷰 중에서도 ‘아 저분의 질문은 배울만하다’ 느낄 때도 있고 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거죠.”리더십의 덕목 중 함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정재가 출연하는 영화 ‘대립군’은 현재 극장가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사진제공: 20세기폭스코리아)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