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김명민이 보증하는 유월의 다크 호스 (종합)

입력 2017-05-12 15:28
[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시간에 갇힌 김명민이 다가온다.영화 ‘하루(감독 조선호)’의 제작보고회가 5월1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조선호 감독, 김명민, 변요한, 신혜선, 조은형이 참석했다.‘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가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 ‘원스 어폰 어 타임’ ‘홍길동의 후예’ ‘더 웹툰: 예고살인’의 조감독을 거쳤던 조선호 감독의 입봉작이라는 점이 이목을 집중시킨다.김명민이 딸의 죽음이 반복되는 남자 준영 역을, 변요한이 지옥 같은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 민철 역을, 조은형이 준영이 살려야만 하는 하나뿐인 딸 은정 역을 맡았다. 이 밖에 반짝이는 라이징 스타 신혜선이 민철이 구해야만 하는 아내 미경을 연기했다.조선호 감독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마주한 두 남자가 같은 시간 안에 갇히게 되는 이야기”라며, “시간이 반복된다는 것이 멀리는 영화 ‘사랑의 블랙홀’도 있고 한 번쯤 상상되는 설정이다. 초고가 나왔을 때 비슷한 설정의 ‘엣지 오브 투머로우’ 개봉 소식을 들었고, 나중에 시나리오 작업이 끝나고 나서 레퍼런스를 봤다.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다른 톤이다”라고 작품을 소개했다.현장의 주인공은 김명민이었다. 그간 성웅 이순신부터 의사 장준혁, 마에스트로 강마에, 루게릭 환자 백종우, 페이스 메이크 주만호 등 겹치는 역 하나 없이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했던 그는 이번에 딸을 되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 준영을 공연한다. 되돌리거나, 갇히거나, 건너뛰거나. 최근 몇 년간 시간 소재의 영화는 많았지만, 김명민의 숨결이 들어간 작품이라면 왠지 모를 기대감을 불러 모으는 것이 사실. 취재진의 플래시가 집중됐다.# ‘딸 바보’ 김명민 이번 영화에서 김명민이 연기하는 준영은 딸의 죽음을 반복해서 목격한다.먼저 김명민은 “준영은 전쟁터의 성자라고 불리는 전직 의사다. 구호 활동이 필요한 해외 오지나 전쟁터에서 희생 정신을 바탕으로 봉사하는 정말 멋진 의사다”라며, “매일 딸 애 죽음 2시간 전에 눈을 뜨게 된 후 아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딸 바보’라는 키워드에 관해 “이루지 못했던 바다. 아들 하나가 있어서, 딸 하나를 더 바랐지만, 잘 안 됐다. 아들 또래 비슷한 딸 아이를 보면 예쁘고, 사랑스럽다. 극중 딸 은정을 연기하는 조은형 씨 자체가 정말 예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만큼”이라고 운을 뗐다.더불어 김명민은 “(조)은형이는 애가 굉장히 지성(知性)이다. 저 나이답지 않게 생각하는 바가 깊고, 배려도 할 줄 안다. 은형이와는 주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아빠, 저 다음 작품 뭐 하려고 하는데 고민이에요’ 같은. 그런 이야기들을 심도 있게 나눴던 기억이 난다. 말이 잘 통하는 아이고, 정말 배우다. 조은형 씨는”이라고 이야기했다.이 가운데 조은형은 “(김)명민 아빠는 촬영할 때 나를 잘 챙겨주신 분이다”라며, “아까 전에도 내 자랑을 많이 해주셨는데, 되게 감사하고 뭔가 부끄러웠다. 칭찬을 명민 아빠하테 들으니까 기분이 좋았다. 되게 말 장난도 잘 해주셨고, 되게 촬영할 때도 재밌게 해주셨고, 최고였다”라고 부사 ‘되게’를 다량 사용하며 영화에서 같이 공연했던 김명민을 칭찬했다.# ’연기 마스터’ 김명민 대한민국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는 많지만, 대중은 유독 김명민을 떠올린다.이와 관련 조선호 감독은 “아마 김명민 선배님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나도 시청자나 관객의 입장에서 많이 느껴왔던 부분이고, 선배님과 촬영할 때 ‘이래서 김명민을 외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이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이어 그는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자면, 영화의 특성상 그리고 촬영 여건상 한 장소에서 연달아 찍을 때가 있었다”라며, “카메라를 고정하고 (김명민) 선배님이 매번 다른 날들을 연기하는 것을 쭉 촬영했다. 같은 하루지만, 준영에게는 다른 하루다. 그걸 모두 하루에 찍었지만, 미묘한 디테일 차이를 다 표현해 주시더라. 모니터를 보면서 그저 ‘아, 오케이요’ 이랬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이에 김명민은 ‘연기 마스터’라는 별명에 관해 “쑥스러운 정도가 아니고 짜증이 난다. 그런 말 자체가 돌아버리겠다 정말”이라며, “이게 남들은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게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이제는 정말 그만 했으면 좋겠다”라고 불편을 토로했다.# ’프로 솔직러’ 김명민 ‘하루’는 6월 개봉한다. 이 가운데 6월은 톰 크루즈 주연의 ‘미이라’와 갤 가돗이 공연하는 ‘원더 우먼’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황. 이준익 감독의 ‘박열’ 또한 6월 개봉작이다.이에 관해 김명민은 “차라리 잘 된 것 같다. 우리 영화에 대한 기대는 안 하실 것 아닌가. 큰 영화들이 있으니까”라며, “차라리 그 틈새를 역으로 뚫고 들어가서 되려 많은 관객들을 몰고 올 수 있다. 그런 영화들이 대부분 잘 됐다. 게다가 러닝 타임이 90분이다. 짧아서 딱 좋다. 치고 들어갈 수 있는 느낌이다. 나는 ‘하루’를 거대하게 포장해서 알리고 싶지 않다. 다만 남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었고, 이것이 어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더불어 변요한은 “대작들 나온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물론 외화도 많이 보고 큰 영화도 자주 본다. 영화마다 서로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라며,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부끄럽지 않게 찍자고, 열심히 하자고, 잘 하자고 서로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아까 대기하면서 (김)명민 선배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꾸밈없이 가자. 영화도 마찬가지다. 꾸미지 말고, 부끄럽지만 않게 나오면 된다’. 그렇기에 부담이 없다”라고 자신했다.마지막으로 김명민은 제작보고회를 마치며 “모든 영화가 피와 땀을 흘려가면서 작업을 한다. 이번 영화도 그랬다. 냉정한 시선 아래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완성도를 자신했다. 제작보고회 중간 김명민은 ‘하루’의 시나리오에 관해 “한국에서 나올 수 없는 시나리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덧붙여 그는 “한국 영화계에 이런 비슷한 소재가 많았지만, 뭔가 2% 부족하고 당위성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달랐다. 이해가 쏙쏙 됐다. 군더더기 없는 시나리오였기에, 연기에 대한 고민만이 남았다”라고 말했다.김명민의 말이 맞다.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으로 촉진된 국내 문화계의 ‘시간 여행’ 혹은 ‘타임 슬립’ 열풍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시간이라는 소재에 열광케 만들었고, 그중에는 탐탁지 않은 완성도의 작품도 있던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이제는 액션이나 스릴러처럼 하나의 장르로서 규정해도 충분한 이 소재를 과연 ‘하루’는 어떻게 비껴갔을까. 영화 ‘하루’는 6월1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