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폐차 가죽으로 완성차업체 러브콜받은 스타트업

입력 2017-04-18 10:24
수정 2017-04-18 10:30
태생적으로 친환경적이지 못한 자동차는 어떻게 환경에 기여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나 수소 같은 친환경 연료 시스템에서 답을 찾는다. 하지만 훨씬 현실적이고 친밀한 방법으로 이를 실천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폐차에서 버려지는 가죽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모어댄 최이현 대표다.



최 대표는 영국 유학시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공했다.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자동차 강국인 한국의 경우 어떻게 하면 이를 적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당시 자동차 폐기물이 배기가스만큼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에어백과 안전벨트 등 재활용 불가한 폐기물들이 그대로 땅에 매립됐다. 특히이중 가죽 시트 등으로 버려지는 폐가죽만 해도 연간 400만t 이상에 달했다.

최 대표는귀국해 국내 폐차장을 샅샅이 뒤졌다. 국내에서만 연간 60~70만대의 자동차가 폐기됐다. 여기서 폐차를 골라 가죽 시트를 수거했다. 폐차장측은 가죽을 따로 처리하는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 상부상조였다. 자동차 시트 업체에서도 자투리 가죽을 얻었다. 가죽 100평 중 정작 시트에 사용되는 가죽은 10평 남짓에 불과했다. 나머지 10분의 9에 달하는 자투리 가죽은 쓸모없이 버려졌다. 완성차 제조사에서도 많은 양의 시트 가죽을 수거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에피소드만 해도한 트럭이다. 특히 최 대표는 자동차 시트에 생각보다 상당히좋은 품질의 가죽이 쓰인다고 강조했다. 그는"자동차 시트를 만드는 가죽은 수명이 30~40년 정도로 내구성이 좋은 고급 가죽이기 때문에 일반 가죽보다 4배 이상 비싸다"며"페라리나 롤스로이스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시트는 몇 백만원에 판매되기도 한다"고말했다.

이렇게 모은 가죽시트가 약 10t에 달한다. 이 가죽들은 물세척과 항균처리 등을 거쳐 가방과 지갑 등 새 제품으로 탄생한다. 사용감이 적은 뒷좌석과 등판 가죽을 주로 사용하고 친환경 세제를 사용해 거부감을 줄인다. 같은 제품을 새 가죽으로 제작했을 때보다 물 소비량을 4,000ℓ 정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재생 가죽이라고 해서 가격이 저렴하진 않다. 여러 공정을 거치면서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율성이나 가격 경쟁력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윤리적 가치를 제공한다는 데 초점을 뒀다. 실제로 이러한 비전을 공유하는 소비자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재구매하는 비중도 높다.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소비라는 스토리가 통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최근 친환경 트렌드를 중요시하는 완성차 제조사에도 영향을 줬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의 협업 문의가 쏟아진 것. 최 대표는 "친환경을 부각하고 싶은 자동차 업체들이 버려지는 가죽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문의가 왔다"며 "국내에선 오는 5월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선보일 예정이고, 미국에서도 전기차 업체와 협업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 1년 반만에 인정받는 스타트업이 됐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재생 가죽을 무료로 받아오지만 주기적으로 수거해 재고를 안고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또 원판 가죽이 아니다보니 자투리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제약도 크다. 재사용이라는 고정관념때문에 품질이 낮다는 소비자들의 저항심리도 계속해서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재생 가죽을이용해야 할 이유는무궁무진하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자동차나 패션 등 소비는윤리적일 수가 없다"며 "그런 약점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메시지가 있는 제품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 쓰인 가죽도 쓸모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재생가죽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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