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즈보컬리스트 윤희정을 만나다.

입력 2016-05-27 16:24
수정 2016-05-30 10:32
[오아라 기자] ‘재즈계의 대모’, ‘재즈 대중화 장본인’, 여기까지만 했을 뿐인데 누군지 감이 온다.재즈보컬리스트 윤희정의 이름 석자 앞에 붙는 수식어는 참 많다. 그리고 다 맞다. 하지만 수식어보다도 무대 위에서 들려준 ‘스릴 넘치는’ 공연이 그녀를 표하는데 가장 정확한 것이 아닐까. 무대 위에 오르고 손에 쥔 마이크를 입에 대고 반주가 흐르고 그다음 그녀의 목소리가 꽉 채워진다. ‘아시아 美어워즈’에서 아티스트들이 뽑은 ‘공연문화예술대상 재즈 아티스트상’을 수상한 윤희정을 만났다. 그녀는 ‘Jazz is thrill’이라고 말했다.Q 이번에 열린 ‘아시아 모델 페스티벌’의 콘텐츠인 ‘아시아 美어워즈’에서 아티스트들이 뽑은 ‘공연문화예술대상 재즈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아시아 모델 페스티벌의 콘텐츠 중 하나인 ‘아시아 미 어워즈’에서 수상을 했고 특히 아티스트가 뽑은 상이라 의미가 있고 귀하다고 생각한다.Q 데뷔한 지 45년이다. 당신이 걸어온 재즈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됐던 순간을 이야기해달라.내가 ‘세노야, 세노야’라는 곡으로 가수 데뷔를 했고 결혼과 동시에 가스펠을 하면서 미국, 유럽 순회공연을 다니고 선교활동을 했다. 그 후 1990년대 초에 한국 재즈계의 선구자인 이판근 선생님을 만나 수제자가 됐고 그때부터 재즈가수로 활동했다. 블루스가 모태 음악이었기에 재즈로 넘어가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다. 재즈를 만나기 전이 공허했던 순간이었다면 재즈를 선택했던 그 순간이 아마 터닝포인트가 아니었을까.Q 당신의 창작 재즈, 수많은 공연으로 재즈 음악을 대중화시켰다. 그 중심에 ‘윤희정&프렌즈’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공연을 했다고 들었다. 1997년 정동극장을 시작으로 해 2000년대 문화일보 홀로 옮겨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연을 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내가 직접 가르쳐서 무대 위에 올리는 프로그램이다. 배우 송일국, 신애라, 김효진, 이은결, 이유리, 박상원, 이하늬, 남경필 도지사, 헌법재판관 송인준, 판사 김영혜, 아트 검사 김규헌, 삼성물산 부사장 박의승, 코엑스 사장 변보경 등 각계각층의 프렌즈가 탄생했다. 성취감보다는 흐뭇함이 더 크다. 100회의 대단원의 공연을 막을 내리고 저서 ‘이 노래 아세요?’를 출간했다. Q 지금은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나?‘재즈 프렌즈 파티’다. 2013년에 출발을 했는데 벌써 5기가 됐다. 7명의 기수가 모여 하는 공연인데 내가 직접 진행을 한다. 이것도 다양한 직업을 가진,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을 코치 해 무대에 올리는 프로그램이다. 성취감, 사명감이 아닌 ‘힐링 콘서트’다. ‘삶의 질을 높이고 자신을 사랑하자’라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서 느끼기 힘든 여유와 배려를 찾고 재즈를 통해서 진정한 삶의 힐링을 전달하고 싶어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앞으로 몇 기까지 나갈지 모르겠지만 벌써 35명의 프렌즈가 생겼다. 서로 정을 나누고 있다.Q 빅 쇼도 10년이 넘게 하고 있다고 들었다.2000년에 워커힐에서 ‘The Show’를 오픈 했다. 크리스마스에만 열리는 공연이다. 가스펠, 캐롤, 라틴, 재즈, 가요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공연이다. 2011년 무대를 웨스틴 조선으로 옮기면서 ‘재즈 크리스마스’로 공연명을 바꾸고 지금까지 하고 있다.Q 당신이 생각하는 음악, 재즈는 무엇인가?‘Jazz is thrill’. 8소절만 지나가면 누구나 다 다르니깐. 설득력 있는 재즈를 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음악은 듣기 좋은 것, 듣기 싫은 것 둘 중 하나다. ‘듣기 좋은 음악’이 좋은 것 아닌가?Q 재즈의 매력은?재즈의 매력은 자유로움에 있지 않느냐. 다양한 악기와 어울려서 할 때 나는 가장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재즈는 나만의 것을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 수많은 악기와 자유롭게 협업이 된다. 재즈는 나만이 갖고 있는 개성을 표출하는 거고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 또 다르다.Q 재즈라고 하면 왠지 깊어가는 가을에 들어야 할 것 같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사실 재즈는 ‘Jazz is summer’다. 세계적인 재즈패스티벌이 열리는 때도 6월, 7월이다. 자연과 어우러져서 그런 것 같다.Q 요즘 같은 때 듣기 좋은 곡을 추천해준다면?내 공연을 와보면 참 좋을 텐데(웃음). 요즘 같은 때는 ‘over the rainbow’, 약간 희망을 이야기하는 노래도 좋을 것 같고(웃음).Q 수십 년 지나도 변함없는 목소리다. 노래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게 목이다. 어떤 관리를 하는지.관리를 안 한다. 특별히 관리한다는 것보다는 공연이 없는 평소에 목을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관리라면 관리다. DNA를 잘 타고 난 것도 있다. 아버지의 목청을 물려받은 덕도 있는 것 같다. Q 딸이 보컬리스트다. 딸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가?딸 자랑한다고 하겠지만 작품성도 있고 좋은 뮤지션으로서 기량을 갖추고 있는 것이 정말 든든하다. 나는 돈 많이 버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그런 딸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특별하게 밀어주는 것도 없지만 참 혼자서 잘한다.Q 가장 좋아하는 노래? 아직도 ‘오버 더 레인보우’인가?좋아한다. 오늘은 무대에서 ‘I’m a fool to want to’를 부른다. ‘빌리 할리데이’ 탄생 100주년이다. 전 세계가 빌리를 그리워하는 무대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탄생 주년을 맞아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해서 부르려고 한다.Q 재즈 말고도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듣는지?클래식도 듣고 판소리, 대중가요도 많이 듣는다. 다양한 음악을 듣는 것도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Q 다양한 악기를 다룬다고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악기, 당신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악기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개인적으로 트럼펫, 색소폰 좋아한다. 황태룡 이라는 뮤지션이 있는데 색소포니스트로서 연주도 잘하지만 그 인성이 연주를 만드는 것 같아서 항상 부럽다. 나와 20여 년 함께 해온 뮤지션이다.Q 재즈로 편곡해서 불러보고 싶은 대중가요가 있는지?대중가요를 편곡한 노래가 많다. 내 공연에서도 많이 시도했었다. ‘A shi(아씨)’ 같은 곡이 있다면 멋지게 편곡해서 불러보고 싶었다.Q 협업 무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좋다. 힙합 하는 친구들도 해보고 싶고 이번에 세종문화회관에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콜라보레이션을 했는데 너무 좋았다. 그림하고도 콜라보레이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림 조각, 설치 미술과도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다. 재즈는 어떤 것과도 잘 어우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Q 당신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너무 고마운 얘기지. 어떤 사람이 ‘윤희정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하는데 더 이상 무슨 얘기가 필요할까? 그렇다면 성공한 삶이 아닌가?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열심히 살아가고 더 열심히 노래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Q 당신의 재즈 인생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누군가가 나에게 재즈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어본다면 ‘조금 더 먼저 몰랐던 것을 후회한다’고 얘기 하고 싶다. (사진출처: AYE 민영주)bnt뉴스 기사제보 fashio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