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제네시스 G90은 왜 'EQ900'이 됐을까

입력 2015-11-07 09:57
수정 2015-11-09 08:28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제네시스(GENESIS)'를 확정하면서 곧 나올 플래그십 세단 에쿠스 후속 차종에 'EQ900'이라는 차명을 붙였다. 하지만 EQ900의 향후 해외 수출 차명은 '제네시스 G90'을 선정했다는 점에서 내수와 수출명 이원화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오가고 있다. 현대차가 에쿠스 후속의 국내 차명으로 'EQ900'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상황 중 먼저 고려된 점은 'EQ900'의 주력 시장에 대한 판단이다. 현실적으로 EQ900의 주요 시장은 여전히 한국이다. 그리고 국내에서 '에쿠스'는 소비층의 연령과 브랜드 충성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따라서 '제네시스 G90'을 사용하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생소한 느낌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EQ900'을 작명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차명 이원화는 오히려 브랜드 정체성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에선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대중 브랜드는 필요에 따라 시장별로 차명을 바꾸기도 하지만 프리미엄은 브랜드가 곧 절대 기준인 만큼 차명 이원화는 오히려 가치 손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서다. 물론 특수한 경우 차명을 달리하기도 하지만그리 흔한 사례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EQ900' 작명도 제네시스 브랜드 전략을 본격 수립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자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묘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내수 시장의 주력 소비자에게 '에쿠스' 후속임을 각인시키고, 이후 '제네시스' 브랜드로 '90'이란 서브 네임을 붙였을 때 이질감을 최소화 하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EQ'로 에쿠스 후속임은 명시했고, '900'으로 제네시스 '90'과 같다는 느낌을 주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차라리 'EQ90'으로 명명한 뒤 부분변경 때 'G90'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출시 초반에는 에쿠스 느낌을 부여하고, 점차 제네시스 플래그십으로 이미지 변경을 유도하는 방식을 활용한 셈이다. 물론 확정된 사안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브랜드 중심으로 보면 처음부터 'G90'이 나을 수 있지만 에쿠스의 주력 시장이 여전히 국내라는 점을 내세우는 현실론에선 '에쿠스'의 완전 폐기가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그래서 현대차의 'EQ900' 차명 선택은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동시에 놓치지 않으려는 고심의흔적이다.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EQ900'이 에쿠스를 제네시스로 바꾸려는 건널목 역할을 해낼 지, 아니면 오히려 생경함을 줄 지는 알 수 없다.그럼에도 현대차가 기대하는 부분은 에쿠스 구입자의 연령 하향세다.주력 소비층이 젊어진다는 점에서'EQ900'이 건널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Q900' 작명에 대한 성공 여부가 사뭇 궁금하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칼럼]미국 세마쇼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칼럼]대한민국에서 오래된 차를 탄다는 것은...▶ [칼럼]업무용차, 한도액 4,000만원의 의미▶ [칼럼]자동차는 '탈 것(riding things)'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