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피스’, 인간이 만든 이기적인 공간 속 소소한 공포

입력 2015-08-21 19:30
[bnt뉴스 이린 인턴기자]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보지 않았을까. 일상적인 회사 안, 한 번쯤 가슴에 품어봤던 단순한 생각이 공포스럽지만 묘한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현실 밀착 스릴러가 회사로 옮겨왔다. 굳이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사회에 발을 붙인 이들이라면 치열한 경쟁 속 살아남기 위한 이들의 발버둥이 고스란히 담겼다.개봉을앞둔 영화 ‘오피스’(감독 홍원찬)는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 평범한 회사원이 다시 회사로 출근하는 모습이 CCTV 화면에서 발견되고, 그 후 회사 동료들에게 의문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이야기. 앞서 ‘오피스’는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아왔다. ‘달콤한 인생’ ‘추격자’ ‘표적’이 초청된 바 있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며 개봉 전부터 당당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꽉 막힌 한정된 공간 속 보이지 않는 피바람을 거리낌 없이, 눈을 뗄 수 없게끔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오산이었다. 소리 없는 총성을 긴장감 넘치게 담아내며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들을 쥐고 흔들었다.먼저 장소적인 핸디캡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예외 없이 똑같은 삶을 반복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오는 공감이다. 회사 안의 적나라한 현실을 확대해 주변에 한 명쯤은 있는 캐릭터들을 누구도 결코 착하게 녹여내지 않았다.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인물에 집중해 쾌쾌한 냄새가 풍기는 이들의 삶이 안타깝지만 누구도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게 한다.이를 완성해낼 수 있었던 건 충무로를 주름잡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한 몫을 했다. 충무로 블루칩 고아성이 첫 스릴러 장르로 ‘오피스’를 선택했다. 순한 반달눈에 소녀같은 웃음은 거둬내고 서늘한 웃음으로 관객들을 마주한다. 색깔이 또렷한 배우 박성웅은 자신의 역할과 작품의 합을 위해 힘을 완전히 뺐다. 신스틸러 유망주 배성우는 ‘오피스’를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굳히며 관객들의 넘치는 관심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오피스’는 오롯이 디테일한 소리에 집중해 특별한 음향 효과 없이 늘상 들리는 생활 속 소리를 리얼하게 담아냈다. 관객들을 단순히 자극하기보단 스크린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살아 숨 쉬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와 닿는 것도 유독 이 때문이지 않을까. 러닝타임이 끝나고 곱씹어보게 되는 작품이 분명 있다. 뻔하고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릴러라는 장르를 누구나 공감하게끔 현실과 밀착해 표출해냈다. “스릴러 장르의 사회드라마적인 면이 들어갈 수 있는 소재가 매력적이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인간의 단면을 담아내기 어려운 장르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난 뒤의 여운을 영화관 밖으로 끌고 나온다. 지극히 무서운 공포를 찾는 관객들에게는 단지 너무 평범하고 크게 부각되지 않는 캐릭터들의 불안감 넘치는 행동일 수 있다. 반대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소소한 공포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긴장감과 더불어 배우, 스토리, 연출 삼박자가 갖춰진 작품일 거다.서늘한 스릴러 장르가 필요한 2015년 여름, 인간이 직접 만든 폭력적인 잔상을 담은 ‘오피스’, 이 것이진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대부분의 현실일 수 있다. 9월3일 개봉 예정. 러닝타임 111분. (사진제공: 리틀빅픽쳐스)bnt뉴스 기사제보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