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동차회사에게 고효율이란?

입력 2015-03-28 08:50
지금 판매되는 BMW 5시리즈가 2년 전 처음 나왔을 때의 일이다. 당시 독일에서 만난 BMW 제품담당 마르쿠스 바우어 부사장에게 향후 자동차회사들의 경쟁 화두는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그는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고효율(High Efficiency)'이라고 답했다. "고효율이 곧 경쟁력이고, 미래 경쟁력이 곧 고효율"이라고 말이다. 물론 이유는 간단하다. 고효율은 소비자에게 유류비 절감이고,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를 피하는 일이어서다. 그래서 배출가스 감소를 위한 노력은 곧 고효율로 이해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고효율과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노력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먼저 연료가 엔진으로 들어가기 전에 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연소 전에 이뤄지는 행위라 해서 '전(前) 처리'로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전 처리의 대표적인 방식이 무게를 줄이는 일, 즉 경량화다. 동일 배기량일 때 무게를 낮출수록 엔진 부담이 줄어 효율은 오르고배출 가스는 줄어든다. 물론 경량화를 위한 기술 개발은 다양하게 발전하는 중이다. 각 부품의 기능성 향상을 통해 부피를 축소하는가하면 설계 최적화로 무게를 줄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표적인 경량화는 역시 소재의 변경이다. 자동차의 기본 재료인 철을 벗어나가벼운 알루미늄 또는 탄소섬유복합소재로 바꾸는 일이다. 그런데이들 경량 소재는 가격이 비싸 여전히 대중적이지 않다.그래서 브랜드 가치가 높은 곳일수록 차별화를 위한 경량 소재에 집착한다.비싼 원가를 브랜드 가치에 충분히 담아낼 수 있어서다.







두 번째 노력은 연료에서 엔진을 태울 때 연소율을 높이는 일이다. 적은 연료를 최대한 남김없이 태워 동력을 얻는데 집중한다. 이런 연소율 증대는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140년 동안 끊임없이 매달려왔다.그러나 너무 오랜 기간 지속해 온 노력이어서 더 이상 발전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그래서 등장한 게 배기량을 줄이되 터보 등으로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른바 '다운사이징'이다. 하지만 이것도 모자라 엔진을 다른 동력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등장했다. 바로 전기 동력을 추가한 하이브리드다. 연료를 태우는 엔진의 역할을 줄일수록 효율이 올라가고, 배출가스가 줄어든다는 점을 주목했다.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등장시켰다.어차피 전기 동력을 쓴다면 별도로 충전해서 쓰되 모아둔 전력이 소진되면 하이브리드 방식을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다. 하이브리드와 EV의 장점을 결합시킨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엔진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배출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은 세 번째, '후(後) 처리'로 이어진다. 연료가 엔진에서 연소된 후 밖으로 배출되는 가스가 삼원촉매, 매연여과장치,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 등을 통해 정화되는 게 그것이다. 이처럼 고효율과 배출가스 감소는 어느 한 가지만 추진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앞선 세 가지 큰 축이 서로 맞물려야 고효율로 연결되고, 곧 소비자 이익으로 돌아온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개발 및 소재 사용 비용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자동차회사로선 올라가는 비용을 효율에서 얼마나 상쇄시키느냐가 곧 제품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이2020년까지 연료소비효율(연비)을 2014년보다 25% 향상하겠다는 '2020 연비 향상 로드맵'을 발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차세대 파워트레인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기도 했다.뒤늦게 고효율에 주목했지만결코 뒤질 수 없다는 각오가 상당하다. 그러나 목표를 위해선 무엇보다파워트레인 뿐 아니라 소재 사용의 자유로움이 주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경량 소재 가격을 차 값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결국 또 다시 브랜드 가치로 집약된다.소비자가 구입하는 것은제품이지만 실제는 제품에 반영된 브랜드 가치를 남에게 드러내려는욕망이 자리하고 있어서다.그렇게 본다면 고효율은 결국 브랜드 파워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 수 없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칼럼]운전 자체가 불법이 되는 미래 사회▶ [칼럼]스스로 판단, 주행하는 '차선이탈방지장치'▶ [칼럼]나사(NASA)와 벤츠의 새로운 제안▶ [칼럼]제네바모터쇼, 그 영역 파괴의 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