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성완종 리스트' 검찰 수사 향배에 촉각

입력 2015-04-13 14:10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인해 대기업 사정수사가 더욱 확대되지 않을까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역없는 수사'를 지시했으며,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검찰 수사는 리스트에 언급된 8명이 실제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금품수수을 받았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수사가 주변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는 검찰 수사 향배에 따라선 다른 기업으로 불길이 옮겨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13일 "사정수사가 본격화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 없이 갈수록 수사 범위만 확대되는 양상이어서 사정국면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수사 대상 기업들은 이미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업부문들까지 타격을 받으면서 내상을 입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는 경남기업과 협력사들이 가장 심각하다.



경남기업은 검찰이 공개수사에 착수한 지 열흘도 안 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원래 자본잠식 상태였던 데다 수사까지 겹치자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거절했기때문이다.



당초 베트남의 1조원짜리 '랜드마크 72' 건물을 팔아 회생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건물을 사기로 했던 카타르 투자청이 검찰 수사를 이유로 인수계약을 유보하면서 자금줄이 막힌 것이 결정타가 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경남기업의 법정관리로 1천80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이 하도급 대금을 제때지급받지 못해 연쇄 도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1조원 규모의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차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늦어도 이달 초 사우디 국부펀드와 체결할예정이던 사업 계약이 검찰 수사로 사실상 기약 없이 연기된 상태다.



포스코가 국민연금과 추진하던 5천억원 규모의 광양 합성천연가스(SNG) 사업도국민연금이 수사 등을 이유로 출자를 보류하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수사로 인한 경영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수사가 확대될조짐을 보이면서 내부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동국제강도 10년 넘게 추진해온 숙원 사업인 브라질 고로 제철소 건설 사업이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총 54억 달러의 투자금 가운데 30억 달러를 브라질 현지 은행에서 장기차입 형태로 조달할 예정이었는데, 대출계약이 검찰 수사로 최근 지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고로 제철소의 현재 공정률은 80%로 내년 상반기 준공과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지 금융지원이 원활하지 않으면 준공이 지연될 수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계약서를 최종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문구 수정을 위한조정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은 곧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정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해당 기업은 물론 전반적인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비리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하지만 지금 같은 전방위 사정이 길어지면 다른 기업들까지 정부와 사정 당국의 눈치를 보게 하고 움츠러들게 되며 피로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abullapi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