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경제력집중도 측정 대안 지표 제시
2012년 기준으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산 비중은 33.8%로 측정돼 우리 경제의 3분의 1을 두 그룹이 지배하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이 회자됐다.
하지만 이처럼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이 과도하다는 견해의 근거로 활용되는 GDP대비 매출·자산 비중 지표는 실제보다 경제력집중이 과도해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를 내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1일 발표한 '경제력집중 통계의 허와 실' 제하의 보고서에서 "GDP 대비 매출·자산 비중 지표는 계산이 쉬워 활용도는 높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오염된 척도'"라고 주장하며 대안지표로 부가가치집중도, 매출집중도, 자산집중도 등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2012년 30대 기업집단의 GDP 대비 매출총액은 100.7%, 자산지표는 105.1%에 달하지만 이는 서로 비교가 어려운 지표를 사용함으로써 실제보다 경제력집중이 과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GDP는 각 거래단계에서 발생한 비용을 중복계상하지 않고 각 거래단계에서 새로더해진 가치(부가가치)만 따로 합산해 계산하는 반면 매출은 부가가치만 나타내는게 아니라 모든 거래단계에서 발생한 생산·거래 비용을 합산한 수치이기 때문에 매출과 GDP를 비교하면 수치가 부풀려진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따라서 GDP 기준으로 경제력집중을 평가하려면 비교 대상 변수를 자산이나 매출이 아니라 대상기업의 부가가치 합계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평가대상 집단의 매출 변수를 비교하려면 GDP 대신 전체 산업 매출 총액을, 자산 비중을 비교하려면 국가자산통계나 전체산업 자산총계를 갖고 따지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한경연은 이처럼 새로운 지표로 2001년부터 2012년까지 30대 그룹의 경제력집중도를 측정한 결과 전반적으로 최근 들어 경제력집중이 다소 상승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GDP를 기준으로 한 기존의 분석결과만큼 그 수위나 상승 속도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가령, 2012년을 기준으로 부가가치와 고용을 기준으로 30대 기업집단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남짓으로 집계됐다. 또 30대 그룹의 부가가치 집중도는 2001년 6.3%에서 2012년 11.8%으로 증가하긴 했으나 이는 기존 분석 결과의 약9분의 1수준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국부통계상 국가자산총계 대비 자산집중도는 2001년 9.0%에서 2012년 15.4%로높아졌고, 매출집중도는 국내 총수요 기준으로 2003년 13.1%에서 2012년 24.5%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결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경제력집중수준이 다른 나라에 없는 규제로 접근해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오류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 GDP 대비 매출액 비중의 국제 비교결과도 제시했다.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각국 대표기업을 선정, GDP 대비 매출액비중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삼성의 경우 2012년 기준 경제력집중도가 23.1%로 나타나 룩셈부르크의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의 147.5%, 네덜란드 로열더치셸의 60.5%,홍콩 노블그룹의 35.7% 등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가별 20대 기업의 GDP 대비 매출·자산 비중을 비교해도 국내 20대 기업의매출집중도는 76.2%, 자산집중도는 84.6%로 미국(매출집중도 20.6%·자산집중도 27.
1%), 일본(28.7%·41.0%), 영국(44.0%·61.0%), 독일(44.7%·58.4%)보다는 높지만홍콩(183.8%·373.6%), 네덜란드(119.8%·117.3%), 스위스(111.7%·130.8%), 대만(94.8%·128.9%)보다는 낮다고 전경련은 덧붙였다.
ykhyun1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