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전경련부회장 "자산규모별 규제가 기업성장 걸림돌"
중견기업 사이에서도 기업규모에 따라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규제 때문에 대기업으로 진입하기를 꺼리는 현상이 팽배해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17일 기자단 추계세미나에서 년 한국경제 현황 및 대책'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6대 주력산업의 성장률이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큰 원인은 '중견기업의 피터팬 증후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혜택은 사라지고 각종 규제와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로인해 이전 수준에 머무르려고 한다는 '피터팬 증후군'은 통상 중소기업 사이에 팽배한 문제로 지적됐으나 중견기업의 성장 과정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실증자료로 30대 그룹 신규진입과 기업의 상장률을 제시했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만 해도 해마다 2∼4개의 그룹이 꾸준히 새로운 30대 그룹으로 진입했으나 2004∼2010년에는 1개로 줄어들더니 이후에는 아예 '제로(0)' 수준이다.
또 상장회피 현상이 심각해져 2010년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 가능한 기업 664개사중 22개사가 실제 상장했으나 작년에는 811개사중 4개만 상장하는데 그쳤다.
특히 2012년과 2013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가능 기업 65개사와 60개사중 실제 상장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이 부회장은 이런 원인이 기업 규모별 규제 방식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2008년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을 자산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올린 법 개정 이후 2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는 완화된 대신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2008년을 전후로 한 기업성장 현황을 살펴보면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로 자산 2조원 이상 5조원 미만 기업집단의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5조원 이상에 대한 규제증가로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수는 정체 현상이 발생했다.
현재 자산규모별 기업에 대한 규제수는 자산 1천억원 이하 기업은 5개이지만 자산 2천억원 미만 6개, 자산 5천억원 미만 11개, 자산 2조원 미만 21개, 자산 5조원미만 44개, 자산 10조원 미만 49개로 늘어난다.
이 부회장은 "2조원 규제시대에는 2조원 바로 아래에서 기업성장이 정체되더니5조원 규제시대에는 5조원 부근에서 정체됐다"며 "최근 5년간 중견기업 2천505개사중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2곳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업종 중심 진출로 국내 산업의 편식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선정 500대 기업의 업종이 전체 50개에 이르는데우리나라는 이중 10개 업종에만 진출해 있다.
반면 500대 기업중에서 10개 이상을 보유한 주요 10개국의 업종수 평균은 17.5개에 이른다. 이중에서도 한국은 제조업에 편중돼 있는데 최근 3개 이상의 신규 포천 500대 기업을 배출한 8개국 중 한국의 업종 불균형이 가장 심각했다.
한국의 경우 신규진입 8개사 중 제조업 7개사, 서비스업은 1개사였으나 제조업강국인 독일은 100% 서비스업종이었고 일본조차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기업의 진입비중이 60%로 더 높았다.
이 부회장은 "한국은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기업 규제가 증가하는 '큰 돌이 정맞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이미 대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지만 더 큰 문제는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기업규제는 외국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가져온다"며 "선진국에서는찾아볼 수 없는 이런 기업규모별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따라 규제개선을 통해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중요하다며 기업규모에 따른 규제를 자산 기준액이 넘을 때마다 3∼5년간 이전 수준으로 유예시켜주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현재 정부의 확장적 통화 및 재정을 통한 총수요 진작 정책과 함께 세제개선, 기업규제 완화, 생산요소비용 안정,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반기업정서 완화 등을통해 산업활력을 제고시키는 총공급 진작 정책의 병행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oo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