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화해 무드' 급진전 배경은>

입력 2013-09-26 06:03
전례 없는 전면전 봉합에 수개월간 노력비판여론·정부 의식…"불황에 전력 낭비"



노골적인 비방과 소송을 불사하며 지속해온 라이벌 삼성과 LG의 각종 분쟁이 최근 극적인 화해로 마무리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 모두 최근 수개월 동안 의식적으로 서로 자극할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하며 갈등을 봉합하는 데 신경을 써왔다.



최근에도 치열한 출시 경쟁을 벌였던 차세대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을 놓고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사이에 물밑 신경전이 없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됐을 수도 있지만, 양사 다 확전을 바라지않는 듯 절제된 대응으로 수면 위로 번지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에어컨 시장점유율을 놓고 설전이 오가며 갈등이 잠시 표면화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시장조사기관의 통계자료를 근거로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점유율1위'라는 TV 광고를 내보내자, LG전자가 한국방송협회에 이의를 제기하고 통계자료의 신뢰도를 문제 삼으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는 대형 시스템 에어컨의 에너지효율 경쟁으로 이어졌지만, 분쟁이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았다.



앞서 양측은 '냉장고 용량'과 '디스플레이 특허'를 놓고 전례 없는 전면전을 벌였다. 과거에도 가처분 소송 등을 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대적인 소송전을 벌인것은 처음이다.



냉장고 분쟁은 해묵은 냉장고 용량 경쟁 끝에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양사 냉장고를 눕혀놓고 물을 붓는 실험을 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이는 결국 수백억원의 쌍방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이어졌다.



디스플레이 분쟁은 지난해 5월 검찰이 삼성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LG디스플레이[034220]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LG 임직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표면화됐다.



그 직후 삼성디스플레이가 손해배상 청구 등 책임을 묻고 나서자, LG디스플레이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사태가 악화되자 올 1월 정부가 중재에 나서면서 화해의 물꼬를 텄다.



양측은 3월부터 6개월간의 협상 끝에 지난 23일 상호 제기한 모든 소송을 전격취하함으로써 오랜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앞서 지난달에는 법원의 권고를 받아들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소송 일체를 취하함으로써 1년을 끌어온 냉장고 분쟁도 종결지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화해가 최근 수개월간 양측의 조심스런 태도로 보면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 소비자들과는 거리가 먼 소모적인 분쟁이라는 비판 여론이나 정부와 법원의 중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분쟁을 지속해서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디스플레이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양사가 의미없는 싸움으로 전력을 낭비하다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자칫 중국, 일본 경쟁사에추격을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황에 기술이나 제품 경쟁에 매진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자존심 싸움이나 다름없는 분쟁을 지속하는 건 전력 낭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abullapi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