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재정정책도 정조준…당국 '노코멘트'

입력 2016-03-31 16:24
기재부·한은에 연일 강공…재정정책 확대에는 공감대도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공격적인 재정정책도 주문하고 나섰다.



최근 '한국판 양적완화'를 주장해 시선을 끌어모은 강 위원장은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재정정책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구조조정을 하는 신성장동력 같은 곳에 투자하는 돈을 뒷받침하려면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재정·금융정책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29일 여당의 공약으로 한국은행에 주택담보대출증권 및 산업은행 채권 인수 등과감한 통화정책을 내건 데 이어 이번에는 공격적인 재정정책도 필요하다고 주문한것이다.



연이은 주문에 재정정책 등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당혹스런 모습이다.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기재부는 현재 추경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강 위원장의 발언에 코멘트할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한 방 맞은 한국은행도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 기재부·한은 "당 공약 언급, 적절치 않아" 기재부는 강 위원장의 발언에 별달리 언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당의 공약에 어떻게 일일이 코멘트하겠느냐"며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을 때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적극적으로 반박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종인 대표의 얘기와 지금과는 다르다"고 언급했다.



앞서 강 위원장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주문했을 때에도 기재부는 신중 모드를 유지한 바 있다.



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의 공약은 존중하지만 통화정책에 대해서는할 말이 없다"며 "총선 이후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참조하고 협조하겠다. 당(黨)과 정(政)은 항상 협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행도 강 위원장이 거세게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대응을 삼가며관망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정당 공약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우리가 양적완화 공약에 대해 옳다, 틀렸다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적완화의 주체인 중앙은행으로서 자칫 여당 선대위원장과 날을 세우는 것이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 내부에서는 양적완화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한은 관계자는 "양적완화를 실시한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지 않느냐"며 양적완화 정책을 펼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에둘러 표현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3.1%로 잡고 있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유럽이나 일본만큼 심각하지 않고 기준금리도 연 1.5%로 다른 통화정책의 여력도 남아있다는 얘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전날 양적완화에 대한 질문에 "한은이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 양적완화는 논란 '불씨'…적극적 재정정책엔 일부 공감 강 위원장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주문한 데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하는 데엔 동의하는 쪽도 있다.



한국판 양적완화의 경우 한국은행이 양적완화를 추진하려면 해당 채권을 정부가보증하거나 한국은행의 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다.



법령을 개정하지 않은 채 한은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이나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 이들 채권을 정부보증채로 변경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양적완화를 추진하더라도 국가채무가 불어나는 등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는 40% 수준으로 비교적 건전하다고 평가받는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이 점을 한국 경제의 긍정적인 요소로 보고 있기도 하다.



선거공약으로는 이례적으로 통화정책을 건드리면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내가 제시하는 양적완화는 시장에 돈을 뿌리는 게 아니라 기업의 구조조정을 하는 데 수반되는 돈을 뿌리자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서 "(기준금리 인하는) 한은에 맡기는 게 원칙"이라며 한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줘야한다고 반박했다.



재정 건전성에는 "경기 회복되기 전엔 당연히 적자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그적자는 경기가 살아나면 세수 증가로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적극적인 재정정책 요구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자주 제기됐던 주장이다.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경제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재정 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찌감치 흘러나왔다.



정부는 경제 회복의 기미가 보인다며 다소 낙관론을 펼치고 있지만 지표는 여전히 둔화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2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8% 증가했지만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8%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6.8% 감소했다.



수출도 역대 최장인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 위원장이 내건 적극적인 투자지출이나 추경 편성도 그간 나왔던 적극적 재정정책의 범위 내에선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흐름으로 볼 때 1분기 지표가 예상보다 너무 꺼지면 경기 회복세 자체가 이탈할 우려가 있다"며 "꼭 선거 때문이 아니더라도 재정 확대와 필요 시 추경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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