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요동> ⑦ "저유가, 산업구조 재편 기회로 삼자"

입력 2016-02-14 07:01
최근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대표적인 악재로 꼽히는 것이 저유가다.



저유가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부담스러운 요소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기회로 바꿀 여지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저유가는 한국 경제에 '양날의 칼'로 불린다.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은 세계경기 불황과 그에 따른 수요 위축이라는 측면에서수출 의존형인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유가 하락은 중동 등지의 산유국 경제에 타격을 줘 이들 국가에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벌여온 한국 기업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저유가는 원유를 전량 수입해 써야 하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저유가 국면을 잘 활용하면 소비·투자 여력을 높이고 산업구조를재편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소비·투자 여력 확충 기회…정책적 뒷받침 필수" 유가 하락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키우고 기업의 투자 여력을 늘려 내수 살리기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유가 하락으로 전기 요금, 가스비, 버스 요금과 같은 생활 물가를 낮출 여력이 생겼다"며 "생활물가를 낮추면 가계, 기업 등은 여유분을 소비나 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저유가 영향을 받은 유류 제품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등유(석유) 값은 전년보다 26.2% 하락했고 자동차용 LPG(-23.4%), 경유(-20.5%), 휘발유(-17.3%) 값도 줄줄이 떨어졌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81개 항목 가운데 등유 물가 하락률이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자동차용 LPG, 경유, 휘발유 순이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크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사실 유가하락은 수출과 함께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인 내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저유가는 유가와 생산품 가격 사이의 탄력성이 적은 업종에선 소비·투자여력을 높이는 효과가 두드러진다.



유가가 하락해도 생산품 가격이 크게 내려가지 않는 구조에 힘입어 이윤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용품업, 음식료품업 등 B2C(소비자 간 거래) 업종이 대표적인 저유가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손지우 SK증권[001510] 애널리스트는 "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이던 1985∼2000년대를 돌아보면 음식료업, 서비스업이 굉장한 호황을 누렸다"며 "저유가를국가경제 전반에 혜택을 주는 쪽으로 활용하려면 이런 산업을 키우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이 실제 내수 부양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선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의 소비·투자 부진은 구조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신 부문장은 "현재 내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실감 나지 않는 것은 결국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연금, 사회복지 정책 등으로 가계의 미래 소득 불안 요인을 줄이고 가계부채 부담도 덜어주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생산비 절감분, 경쟁력 강화 투자 쪽으로 유도해야" 중장기적으로는 저유가 국면을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저유가 국면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산유국 등 신흥국 경기가 나빠지면서 신흥국 의존 부문의 수출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출 가운데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한다.



반면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신민영 부문장은 "한국 수출 상대국 비중을 세계 역내총생산(GDP) 비중과 유사하게 바꿔야 한다"며 "그래야 저유가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 하락으로 상품의 제조원가가 낮아진 만큼 이를 십분 활용한다면 기존 수출산업의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또 에너지 신산업 등 고부가가치 분야 산업 육성에 역량을 쏟아부어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기존 주력 제품을 대체할 상품을 창출할 기회도 만들어 낼 수있다.



오세신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들이 투자 시점을 서서히 고민할시점"이라며 "저유가 충격이 점차 가시면서 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하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지우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비용이 줄어들면서 생긴 추가 이윤을 마케팅, 연구·개발(R&D)에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구조 재편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수출 지원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교수는 "일단 낮아진 생산비를 수출 가격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정부는 수출진흥회의를 자주 열고 수출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수출 장려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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