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매각 '개봉박두'…물밑 계산 치열

입력 2015-07-26 06:51
15년 만에 새 주인 찾기…인수 후보로 KB금융 등 거론



증권업계 2위인 대우증권의 '대형 매각전'이 약 한 달 뒤에 막이 오른다.



대우증권의 보통주 43%를 보유한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오릭스의 현대증권 인수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끝나는 대로 대우증권의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이달 초 시작된 현대증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이르면 8월 말 종료될 것으로예상된다.



대우증권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4조1천979억원에 이르는 업계 2위의 대형 증권사다.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의 판도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현대증권 매각이 완료되기 전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는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벌써 파는 자와, 사려는 자, 이들을 이어주려는 자들의 계산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 우여곡절 겪은 대우증권, 15년 만에 새 주인 찾기 대우증권은 옛 대우그룹 '세계경영'의 핵심축으로 꼽혔다.



1970년 설립된 동양증권을 1973년 대우실업이 인수했고, 1983년 삼보증권을 흡수합병하며 대우증권으로 재탄생해 1990년대까지 대우그룹의 핵심 금융 자회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대우사태가 터져 1999년 대우그룹이 공중분해 되자 시련에부딪혔다.



2000년 채권단 중의 하나였던 산업은행이 실권주를 인수, 대우증권의 최대주주가 됐고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공공기관 선진화를 추진하면서 민영화 대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산업은행이 2009년 정책금융공사와 분리되면서 민영화를 전제로 만든 산은 지주의 자회사로 운명을 함께하는 듯했다.



그러나 산업은행 지주의 민영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새 정부 들어 산업은행은다시 정책금융공사와 통합 작업에 돌입했다.



동시에 대우증권의 매각도 일단 보류됐다.



지난해 말 통합 산업은행의 출범과 함께 대우증권의 매각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산업은행 홍기택 회장이 출범을 앞두고 민간 금융사와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자회사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고, 금융위원회가 올해 초 대우증권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업무계획을 발표해 공식적으로 '장'이 열렸다.



현대증권의 매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8월 말이 되면 산업은행이 매각자문사에 대한 입찰을 시작해 재무·회계·법률 자문사를 선정하고, 실사를 거쳐 매각 전략 등을 짠 뒤에 9월 말∼10월 초 매각 공고를 낼 전망이다.



이후 인수 의향서 접수, 예비입찰과 예비실사,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가정해도 12월 말이나 내년 초쯤에 이르러 매매 계약이이뤄지게 된다.



따라서 새 주인이 완전히 결정되는 것은 내년 상반기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어떻게 묶어 누구에게 파느냐…다양한 시나리오 거론 공식적으로 대우증권의 매각과 관련해서는 팔 곳도, 살 곳도 전혀 정해진 바가없다.



그러나 업계 판도에 영향을 줄 만큼 큰 시장이 열린 만큼, 벌써 투자은행(IB)업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매각 시나리오들이 검토되고 있다.



시나리오의 핵심은 어떻게 묶어서, 누구에게 얼마를 받고 파느냐다.



대우증권과 함께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산업은행의 자회사는 KDB자산운용과 KDB캐피탈, KDB생명 등이다.



이 가운데 KDB생명은 소유주가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이므로 매각 주체가다르고 재무적투자자(LP) 등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우증권과 묶기보다는따로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세 곳 가운데서는 대우증권과 KDB자산운용을 묶어 패키지로 파는 시나리오가 IB업계를 중심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KDB캐피탈까지 3개 회사를 묶어 팔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다는 것이 첫 번째이유다.



산업은행이 매각하려는 대우증권의 지분인 1억4천48만1천383주를 24일 시가(주당 1만5천350원)로 계산하면 2조1천564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6천억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KDB캐피탈까지 묶어 판매한다면 부담이 커져인수자를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KDB자산운용이 원래 대우증권의 자회사였던 점도 두 곳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방안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여러 회사를 묶는 것만이 아니라, 지분을 '나누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금융지주사가 상장사를 자회사로 편입시킬 때 필요한 최소 요건인 30%+1주만묶어 팔고, 나머지를 나눠 판매하는 식이다.



다만, 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크게 받아낼 수 없는 만큼 결코 판매자에게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산업은행은 "앞으로 매각을 추진하기 시작할 때 검토할 시장 상황과 인수자의의향에 따라 다양한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며 정해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대로, 인수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도 매각 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



대우증권의 매수 후보로는 KB금융지주와 중국의 금융그룹인 시틱(CITIC), 한국금융지주 등이 거론된다.



특히 KB금융은 최근 인수한 KB손해보험(전 LIG손보)의 자회사인 LIG투자증권의매각을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움직임이 주목된다.



지주회사법에 따르면 KB금융은 KB손보 아래 '손자 회사'를 둘 수 없기 때문에 LIG투자증권을 매각하거나 기존 KB투자증권과 합병해야 한다.



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이를 정리하고 대우증권[006800]을 인수, KB투자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어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KB금융은 "대우증권 매각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아 결정된것은 없으며, 시장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라며 "매각 방법과 시기가 발표되면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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