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씁쓸한 금융감독원 임원의 퇴임

입력 2015-01-16 11:38
금융감독원의 임원(부원장보) 4명이 한꺼번에옷을 벗었다.



16일 사무실을 비운 권인원(56)·허창언(55)·김진수(54) 부원장보와 최진영(56) 전문심의원이다. 모두 주초 윗선에서 사퇴권고를 받고 물러났다.



임기는 3년이지만 이들은 1~2년차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로써 금감원의 부원장보는 9개 자리중 지난달 부원장급 승진자 2명의 자리를포함해 6개 자리가 비워졌다.



작년 11월 취임한 진웅섭 금감원장 입장에서는 부원장보급 자리를 별잡음없이대거 정리함으로써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인사쇄신과 이를 통한 조직장악을 꾀할 수 있게 됐다.



통상 이런 인사라면 새로운 바람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된다.



그러나 요즘 금감원 분위기는 반대다. 오히려 불안감은 커지고 흉흉하다.



금감원에서 퇴임하는 이들이 아무 후속 대책없이 물러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첫 케이스다.



종전에는 조직내 개인의 직접적인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길이 막혔다. 세월호 참사와 관피아 논란으로 강화된 공직자윤리법은 기관의 업무와 관련된 곳을 3년간 재취업할 수 없게 막아놓았다.



이 때문에 앞서 협회나 산하기관 임원 등 새로운 일자리를 약속받고 퇴진한 이전의 임원들과 달리 대책없이 물러나야하는 올해 공공기관 임원들을 일컬어 '뉴 시니어 빈곤세대'라는 말이 나돈다.



이런 상황에서 임기와 상관없이 자리를 비워달라는 금감원 수뇌부의 요구는 좀야박해 보인다.



개개인으로 볼때 공공기관의 임원 역시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할 가장이다.



'가계잔고가 1천500만원 뿐인데 대책없이 나가라는게 말이 되느냐', '아직 대학생 딸이 둘이나 있는데 어쩌란 말이냐'는 금감원 부원장보들의 소리없는 한숨은슬픈 우리 아버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공직사회의 특혜성 재취업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만큼 30년 가까이 조직을 위해 일한 퇴직자들에 대한 배려도 충분해야한다. 그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줘야 후배들이 열심히 일한다.



임기가 채워지지 않았는데 하루 아침에 수장이 바뀌었다고 아무 준비없이 물러나라는 건 한 가정의 재앙이 될 수 있다.



조직으로서는 승진을 위한 노력보다 대충 정년을 채우려는 복지부동의 문화가확산할 수 있다.



가장이 일자리를 놓았을때 나타날 수 있는 가계복지 후퇴, 후배들에게 미칠 사기 등을 생각한다면 이들이 가슴펴고 회사 문밖을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족이 함께 새로운 인생 2막을 준비할 여유를 줘야 한다.



사회분위기와 제도가 바뀐 만큼 수장이 바뀌었다고, 정권이 교체됐다고 닦아세우듯 임기와 상관없이 무작정 나가라는 문화도 달라질 때다.



그게 인지상정이고 사회와 조직, 가정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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