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 사퇴 거부 '후폭풍'…당국과 갈등 불가피>(종합2보)

입력 2014-09-04 19:21
이 행장 사퇴에도 "진실 규명하겠다"…은행 측 "이 행장만 희생"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중징계가 확정돼 이 행장이 전격 사퇴하는 금융권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패닉에빠진 임직원들은 할 말을 잃은 모습이다.



더구나 갈등의 한 당사자인 이 행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임 회장은 "진실을규명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금융당국의 제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어 당분간 당국과의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KB 내부 '패닉'…은행 측 "이 행장만 희생된 것 아니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해 임 회장과이 행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중징계(문책경고)로 상향 조정했다.



경징계(주의적 경고)로 충분하다는 지난달 22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전면적으로 뒤집은 결정이다. 이 행장은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며 이날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KB금융그룹 직원들은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당초 중징계 통보를 받았던 두 사람이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의견으로 기사회생하면서 조직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는데, 최 원장의 중징계 결정으로 그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국민은행의 한 간부는 "지난해 말부터 카드 정보 유출,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위조 등 대형 사건이 잇따라 KB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는데 이제 그 절정에 이른 느낌"이라며 "다만 이 행장의 사퇴는 용기있는 행동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회장이 사퇴를 거부함으로써 이 행장만을 잃게 된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격앙된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보고서 허위 조작 등을 제기한 이 행장이 물러난 반면이 행장과 갈등을 일으킨 당사자인 임 회장은 남게 됨으로써, 금융당국의 징계로 인해 이 행장만 '희생'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국민은행 관계자는 "두 명의 당사자 모두 중징계를 내렸다면 적어도 두 명모두 사퇴를 끌어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중경(임 회장 중징계-이 행장 경징계) 얘기까지 나왔었는데 결국에는 그 반대로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임 회장 사퇴 거부에 금융당국과 갈등 우려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과 이 행장의 사임으로 KB금융[105560]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더구나 임 회장은 "진실을 규명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중징계 결정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관례에서 볼 때 당국의퇴임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하나캐피탈 사장 재임 시절 발생한 저축은행 부실 투자로중징계 통보를 받은뒤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사퇴 압박이 이어지자 결국 '외환은행조기통합에 대한 노사 합의가 마무리되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임 회장은 금감원의 제재 사유인 '부당압력 행사 및 인사개입'을 '오해'라고 표현함으로써 금융당국의 제재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사퇴를 거부하겠다는 뜻을분명하게 했다.



한편에서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임 회장의 중징계가 이달말쯤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되는 만큼 임 회장이 금융위 결정에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아니냐는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금융위가 중징계를 확정함에도 임 회장이 사퇴를 거부한다면, 최 원장이의도했던 KB의 조기 안정은커녕 금융계에 더 큰 혼란을 던질 수도 있다. KB금융그룹은 '괘씸죄'에 걸려 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LIG손해보험 인수의 승인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최근 KB금융은 LI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으며, 승인 여부는 내달 말 금융위 회의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승인을 거부할하면 자산 400조원의 거대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KB의 꿈은 무너지게 된다.



◇행장 선출 진통 겪을듯…'경영공백' 불가피 이 행장의 사퇴로 KB금융그룹은 국민은행장을 새로 선임해야 하지만, 이 과정도만만치 않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국민은행장 선임은 KB금융 회장과 사외이사 2명으로 이뤄진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에서 맡게 된다. 후보군을 구성한 후 서면평가, 평판조회, 심층면접 등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정연근ㆍ이달수 전 KB데이터시스템 사장, 김옥찬 전 부행장 등 내부 출신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 외부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사퇴 압력을 받는 임 회장이 과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차기 행장을 선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더구나 노조 측은 이번 사태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로 규정하고 강력한투쟁을 경고하고 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허위 보고서 조작 문제를 제기한 이 행장은 물러나고 부당 인사개입 의혹을 받는 임 회장은 남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임 회장 출근저지, 사외이사 집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임 회장의사퇴를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