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 가계·중기에 은행 문턱 높아졌다

입력 2014-04-30 14:17
가계 대출 중 비은행 비중 처음 절반 넘어



신용도가 좋지 않은 가계나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문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의 금융중개 기능이 저하되면서 전체 가계대출(카드사 판매 신용 제외) 중비은행 금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통계 작성 이래 처음 50%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에서 중·저 신용자의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폭으로 축소되고 있다.



2009년 이후 작년까지 고신용(1∼4등급) 차주의 대출은 49% 늘었지만 중·저신용(5∼10등급) 차주의 대출은 21% 감소했다.



기업 대출도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금리, 담보, 만기 등 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하는 형태가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9개 은행의 차주별 신용등급 분석 결과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은 2008년말 4.80등급에서 작년말 4.39등급으로 향상되고 대기업은 3.45등급에서 3.78등급으로 하락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간 만기 격차는 2008년말 평균 0.3년에서 작년말 0.5년으로 확대됐다.



또 중소기업의 담보·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50%에서 58%로 8%포인트 늘어난 반면 대기업은 2%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특히 이들 은행의 기업 대출은 2009∼2013년 20% 늘었지만 비우량(5∼10등급)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21%나 감소했다.



이 보고서는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보수적인 영업행태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며 "신용리스크 축소를 위해 자산 확대를 통제하려는 은행 행태는 개별 은행의건전성 차원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지만 은행의 자금 중개기능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은행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금융기관의비중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전체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 대출(963조원) 가운데 비은행 금융기관(481조9천억원)의 비중은 작년 말 50.0%를 기록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저신용(7∼10등급) 차주의 대출 중 대부업체를 이용한 비중도 작년말 5.7%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3년 사이에 1.1%포인트 높아졌다.



최근에는 심지어 소득 4분위이상 고소득 계층에서도 비은행 금융기관의 이용비중이 뚜렷하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보고서는 "은행의 자금 중개기능이 저하되면서 가계나 기업이 실물 경제활동에필요한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며 "이미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은행 대출의 비율은 주요국에 비해 한국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은행 대출 비율은 79%로 일본(76%)보다는 높지만 호주(133%), 대만(129%), 프랑스(109%), 영국(103%), 독일(96%) 등보다는 낮았다.



보고서는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자금공급을 제한하면 가계와 기업의 비은행 금융기관 의존도가 커져 더 높은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비우량 가계나중소기업의 자금수요를 은행이 우선 흡수하도록 유인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v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