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 안다자산운용 홍콩법인 매니저
지난 6월 9일 이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 사태에도 집값은 여전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홍콩 부동산가격지수인 센터라인시티인덱스(CCI)는 7월 셋째주 기준 189.43을 기록해 시위 사태 이전인 6월 초에 비해 1.7% 올랐다. 연초 대비 10%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며 시작된 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지면서 관광, 소매, 요식업 등 업종에 대한 타격이 점점 커지고 있으나 집값은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홍콩의 유통, 소매업체인 ‘주대복(Chow Tai Fook)’, ‘사사(Sa Sa)’ 등은 연초 대비 주가가 거의 안 올랐거나, 하락했지만 부동산 회사인 ‘선홍카이(SHK)’, ‘링크리츠’, ‘헨더슨(Henderson)’ 등은 15~30% 이상 상승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인 홍콩 집값이 쉽게 꺾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의 해답은 글로벌 금리, 공급 부족, 그리고 정부의 세수 구성에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의 금리 인하로 글로벌 금리가 다시 하향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달러페그제를 시행 중인 홍콩도 이 같은 영향으로 부동산을 비롯해 주식, 채권 등 자산 가격이 올해 들어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정부는 2012년 이후 투기성 수요를 막기 위해 외국인과 외국기업들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집값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특별인지세를 부과했으나, 부동산 가격 억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 자금이 낮은 금리로 인해 결국 부동산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원인은 구조적인 공급 부족에 있다. 홍콩 전체 1108㎢의 토지 가운데 2018년 말 기준 주거 또는 상업용으로 개발된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농지 또는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지난해 홍콩 정부는 5000억홍콩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란타우 이스트 인공섬 조성 계획을 발표, 10년 후 110만 명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다. 개발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10년 이상 걸린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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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는 홍콩 정부의 세수 구성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2018년 기준 홍콩 정부의 전체 세수(6198억홍콩달러) 가운데 토지분양대금 1648억홍콩달러를 비롯해 부동산거래 인지세, 임대수익 등을 합산한 금액은 전체 세수의 40%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