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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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갤러리에서 개막하는 최씨의 개인전 ‘소리를 본다’전은 지난 20년 동안 죽어라 그림에 매달린 음악가의 감성이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는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 1~3층에는 드럼 대신 금속판과 종이에 색을 입히고, 지워내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 대작 60점이 걸린다. 그림과 음악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로 만들고자 캔버스를 붙들고 열정을 ‘씨줄’로, 집념을 ‘날줄’로 변주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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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반쪽 화가’라 치부했을 때 그는 “미술이란 인간이 절망하는 지점에서 색깔을 내보여 꿈과 희망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반문했다. 전시회 제목인 ‘소리를 본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에 소리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최씨는 지키고 싶었던 음악을 잃은 그 심정을 화면에 치열하게 쏟아냈다. 그저 스틱을 꼭 붙들고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듯 금속판과 종이를 내리쳐 찢고, 갈고 문대며 또다시 펴는 일을 수천 번 반복했다. 바둑판 무늬의 균열에 의해 생긴 수많은 요철 자리에 다시 청색과 검은색, 흰색, 갈색 등 단색(모노크롬)의 아크릴 물감을 채웠다. 이런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작품은 마치 잘 짜여진 직물처럼 일률적으로 정돈된 평면 구조물을 연상케 한다. 먼동이 틀 때 느껴지는 오묘한 색감들은 서른 다른 소리를 내며 잔잔하게 화면을 맴돈다.
낯선 자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법론을 찾는 최씨는 “30년 넘게 두드리는 것밖에 할 줄 몰라 심신이 가는 대로 두드렸더니 그림이 됐다”며 웃었다.
“1998년 음악을 버리고 서울 구파발에 작업실을 차릴 때는 어색한 분위기가 좀 쓸쓸했는데 요즘은 그 시절이 오히려 그립네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비롯해 광저우 아시안·올림픽 폐막식 등 국내외 굵직한 행사의 공연을 기획하고, 포르쉐와 벤츠 등 신차 론칭 행사 오프닝 음악도 만들었지만 그림보다 더 큰 감동을 주지 않았죠.”
미술로 2막 인생을 연 그는 주문을 외듯 말했다. “항상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부족하다는 것만 생각하자. 그리고 사사로운 것에 묶이지 말자.” 어머니 뱃속 같기도 했던 미술, 그곳으로 침잠했던 그는 무엇을 보고 그렸을까. 최씨는 자신이 수놓은 촉촉한 그림을 ‘색채 음악’이라고 외쳤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