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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베트남 직장인들은 '철새', 서양보다 개인주의 성향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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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보다 개인주의 성향 강해…자부심 강한 민족, 무시했다간 ‘큰코’
내국인 명의 빌려 투자는 ‘불법’, 외국인투자기업 역차별도 존재
현지 진출 전 베트남 법과 문화 제대로 알아야



베트남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중국으로 몰려가던 치과의사들이 요즘엔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제조공장 설립을 넘어 ‘1억 내수’를 겨냥한 국내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너도나도 ‘신천지’를 꿈꾸고 떠나지만 종종 ‘신기루’로 끝나는 일도 발생한다. 현지 법과 문화에 대한 기초 조사도 없이 무작정 달려든다면 백전백패일 수 밖에 없다.

○‘내국인 명의’ 빌린 투자는 금물

이와 관련, 법무법인 광장 호찌민 사무소의 한윤준 변호사(사진)는 “베트남에서 외국인이 경제활동을 하려면 대부분 법률에 따른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이 점을 숙지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일을 종종 보게 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내국인 명의 대여’와 관련한 분쟁에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의 대여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우회로였다. 최근엔 규제가 상당히 완화되긴 했지만 외국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에선 여전히 명의 대여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베트남법은 명의대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모든 권리 관계는 서류를 근거로 판단하기 때문에 나중에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서류를 근거로 내가 주인이다라고 주장할 경우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인들 사이에선 대출계약을 체결해 명의 대여의 근거로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지만 한 변호사는 “명의 대여자가 대출금을 갚을테니 내 회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통보하면 회사를 되찾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외국인과 내국인 간 보이지 않는 차별 규정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 현재 베트남 투자법 및 기업법의 취지는 차별이 없는 것처럼 돼 있으나 실무적으로는 차등 대우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베트남 ‘토종’ 기업에 대해선 필요하지 않았던 각종 추가 라이센스를 받아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이를 모르고 기업 인수를 진행했다가 라이선스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토지사용계획에 대해서도 면밀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 변호사는 “검토 없이 인수를 진행한 후 몇 년 되지 않아 주거지역으로 편입되거나 기타 다른 상업지역으로 편성되는 일도 부지기수”라며 “새로운 공장입지를 찾다가 상당한 손해를 보는 일이 꽤 있다”고 말했다.

투자금을 회수할 때도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 현지인의 명의를 활용해 사업을 잘 해왔다고 해도 막상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현지 법규의 장벽에 막히는 일이 생긴다. 한 변호사는 “투자금을 한국으로 송금하려면 정식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허가를 받아야하는데 명의대여를 통해 영위한 회사는 서류상 로컬기업이기 때문에 대금을 송금할 수 없다”며 “그렇다고 본인 명의의 베트남 은행 달러통장에 보관하지도 못해 어정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특한 노동시장 문화 이해해야

‘문화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비용을 치르는 일도 꽤 있다. 노동시장에 대한 몰이해가 대표적인 사례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므로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고, 한 직장에 오래 머물 것이라는 예상을 하곤한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현지 기업들에 따르면 “베트남 사람들은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오히려 더 개인주의적인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1997년 베트남에 진출해 지금까지 세 번의 사업을 하면서 여러 차례 실패를 맛 본 한인 사업가 A씨는 “지금 좀 어려우니 함께 어려움을 이겨나가자고 설득해도 조금만 돈 더 주는 곳으로 가버리는 게 베트남 사람들”이라며 “의리 개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인력관리가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영어가 가능한 고급 인력들은 잡아 놓기가 쉽지 않다. 한화생명 호찌민 법인 관계자는 “거액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웃 하는 일이 당연시되는 문화”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큰 것 같지만 사회주의 나라답게 노동법은 상당히 강도가 세다. 한 현지 기업인은 “다 같이 모여서 신년 시무식을 즐겁게 하고 다음날 파업을 할 정도”라고 했다. 이어 그는 “베트남 사람들은 중국, 미국 등 대국과의 전쟁에서 이겼다는 자부심이 상당히 강하다”며 “허드렛일을 한다고 해서 무시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조언했다.

현지 문화를 사전에 제대로 알지 못해 손해를 보는 일도 있다. 국내 일부 은행들이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1층이라고 해서 계약하고 들어갔다가 알고보니 2층이어서 낭패를 본 일이 아직까지 우스개 소리로 회자된다. 베트남에선 ‘G’를 1층으로 표현한다는 것을 몰라서 생긴 실수다.

박동휘/고윤상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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