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년된 만둣집, 새우·해삼 찐만두 인기
상큼한 산사나무 열매 꼬치 입가심에 그만
茶 마시며 중국 전통 공연 관람하는 곳도
베이징 짜장면 면발, 가락국수처럼 도톰
구운 오리고기, 전병에 싸먹으면 일품
매콤한 민물가재에 개구리 통구이
연경맥주 마시며 하루의 피로가 싹
캐피털M에선 톈안먼까지 전경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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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모시고 떠난 베이징 자유여행. 중국을 좋아하는 여행작가로서 꼭 부모님께 중국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몇 년 전 부모님과 함께 중국으로 패키지여행을 갔다가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사실 효도여행은 가이드가 안내하는 패키지여행이 편하고 신경 쓸 것이 없어서 좋다. 문제는 식사. 끼니때마다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정체불명의 푸성귀 반찬이 나오거나 한국인이 좋아하는 삼겹살마저 누린내가 났다. 훌륭한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언젠가 부모님께 제대로 된 중국 음식을 맛보게 해드리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다.
황제도 인정한 270년 된 만둣집
베이징에 도착한 첫날, 찾아간 집은 자금성에서 남쪽으로 약 8.8㎞ 거리에 있는 두이추(都一處) 만둣집이었다. 1738년에 문을 연 뒤로 270년 동안 운영한 곳이라 명성이 높다. 가게 이름은 청나라 건륭황제가 직접 내린 것으로 ‘도성에서 유일한 집’이란 뜻이다. 암행을 즐기던 건륭황제가 늦은 밤 궁으로 들어가다 출출해서 근처 식당을 찾았다. 도성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곳은 바로 이 만둣집. 황제가 맛을 보고는 크게 칭찬하며 가게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가게 2층에 건륭황제를 모신 작은 사당과 동상이 있는 것은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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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식당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찻값이 밥값과 맞먹기 때문이다. 재스민차 한 주전자가 50위안(8470원)이나 한다. 하지만 비싸다고 차를 마시지 않으면 곤란하다. 기름기 많은 중국 음식에 배앓이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돈을 아끼려면 중국 사람들처럼 개인 보온병을 갖고 다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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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짜장면에 깜짝 놀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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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완쥐의 베이징 짜장면은 밀가루 면과 옥수수 면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옥수수 면은 준비하는 데 시간이 20분 이상 걸린다. 밀가루 면을 시키고, 천엽과 맥주도 추가했다. 천엽은 베이징 토박이들의 먹거리로, 지금처럼 가을에는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다. 가늘게 채를 썰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치는 점이 한국과 비슷하지만, 땅콩장에 찍어 먹는 점이 다르다. 하이완쥐의 천엽은 쫄깃하고 비리지 않아서 추천할 만하다.
베이징 짜장면의 국수 면발은 가락국수처럼 도톰하다. 춘장은 따로 나오며, 안에 말린 소고기가 들어있고, 고명은 데친 숙주나물과 완두콩, 순무 채가 올라간다. 식감은 꼭 쫄면 같다. 베이징 짜장면은 원래 차갑게 비벼 먹는 여름 음식이다. 과거에는 ‘짜장면 한 그릇에 생마늘 한 쪽을 곁들이면 최고’라고 했는데, 요즘은 마늘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직원에게 얘기해야만 가져다준다. 중국 춘장은 돼지기름과 장이 분리돼 나온다. 이걸 한데 섞으면 상당히 느끼하다. 돼지기름은 빼고 춘장만 넣어 면을 비비는 것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 의견은 만장일치. 짠맛과 단맛이 적당히 조화된 춘장과 오동통한 면발, 깔끔하게 데친 채소 고명이 일품이다. 가격은 26위안(약 44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과장하면 한국보다 베이징 짜장면이 훨씬 맛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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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베이징 카오야는 금세 물렸다. 처음 몇 번은 더없이 좋은 맛인데, 느끼해서 많이 먹기 힘들었다. 어머니는 “쌈 채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전형적인 한국 입맛을 가진 사람은 파와 오이에만 의존해 기름기 많은 오리고기를 먹기 어려울 것이다.
매콤한 민물 가재 요리와 개구리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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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제는 과거 성안의 시신이 나가던 길이다. 으스스한 느낌이지만 지금은 마라룽샤가 유명한 거리로 바뀌었다. 마라룽샤는 쓰촨성의 매콤한 마라 소스로 요리한 민물 가재 요리다. 매콤한 향기와 붉은 간판은 밤마다 손님을 유인한다.
택시 기사는 ‘후다(湖大)’라는 맛집을 추천했다. 구이제에만 3개의 분점이 있는데 늘 자리가 꽉 차 있다. 마라룽샤와 개구리 구이, 양꼬치 구운 식빵, 새우 죽을 시켰다. 낯선 요리에 경계심을 보이던 어머니도 생각보다 맵지 않다며 맛있게 드셨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개구리 통구이에 푹 빠지셨다. 양꼬치에는 칭다오 맥주라지만 마라룽샤에는 연경맥주가 제짝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에 무척 잘 어울리는 요리와 맥주의 조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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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베이징을 눈에 담으며,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며, 여행을 갈무리했다. 사실 부모님과 떠나는 여행은 쉽지만은 않다. 많은 인원을 인솔하는 가이드에 대한 존경심마저 들 정도였다. 마지막에는 중국을 제대로 보여드렸는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늘 베이징에 가보고 싶어 하셨던 아버지의 한마디가 나를 북돋워줬다. “고맙다. 덕분에 인생의 큰 숙제 하나 끝냈다.”
베이징=도선미 여행작가 dosun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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