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한·일 정상회담이 어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1시간40분 동안 회담을 한 것이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2012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 간 회담 이후 무려 3년 반 만이다. 두 정상이 만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직은 양국의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현안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조기 타결을 위한 양국 간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는 합의가 그렇다. 우리 정부는 연내 타결을 희망했지만, 결국 일본이 조기 타결을 위해 협상을 가속화하는 것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향후 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북핵 문제 공조는 물론, 한국의 TPP 참여에 대한 일본의 협조, 양국 간 고위급 경제협의체 신설, 양국 기업의 제3국 공동진출 등의 합의가 도출된 것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대일(對日) 외교에서 과거사와 안보·경제 등의 분야를 분리하는 두 갈래 기조로 전환하면서 경색된 양국관계를 풀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본다.
한·일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경제에까지 한파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대(對)한국 직접투자와 한국의 대일본 수출입 규모, 일본인 관광객 등이 모두 斌㉶求?추세다. 심지어 최근 일본의 한 주간지 설문조사 결과, 한국 기업인의 70%는 비즈니스에서 ‘일본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일본 기업인의 80%는 ‘한국이 필요없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아쉬운 쪽을 말하자면 한국이 더한 게 냉정한 현실이다.
본란에서 수차례 강조했듯 한국과 일본은 동북아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드문 나라다. 양국이 공동대응할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정상들이 만나는 것 자체가 이렇듯 힘들어서는 안 된다. 정상회담을 하고도 공동성명도 기자회견도 없다는 것은 너무 어색하다. 이번에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중요한 첫발을 뗐다. 물꼬를 튼 만큼 두 번, 세 번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주 만나야 양국 관계가 빨리 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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