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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춤추게 만드는 칭찬
미국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뭘 하더라도 과할 정도로 칭찬을 했다. 반면 한국에선 꾸지람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수수수미수’를 맞았다면 ‘수’ 받은 걸 칭찬하기보다 “왜 이 과목은 미를 맞았느냐”고 나무란다. 그 학생은 ‘수’ 받은 과목을 더 열심히 공부하기보다 ‘미’를 맞은, 싫어하는 과목을 억지로 보완해야 한다. 미국에서 ‘ABCCD’를 받으면 교사는 “이 과목에서 A를 받았다”며 칭찬한다. 이런 문화가 미국 아이들이 ‘디스커버리(discovery·발견)’를 하도록 만든다. 잘하는 걸 칭찬받다 보니 더 열심히 공부하고, 그러다 보니 그 분야에서 발명과 창조를 하게 된다.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삼성 계열사 사장은 “한국인은 모르면 누군가 가르쳐주길 기다리지만, 미국인은 스스로 찾을 때까지 탐구하더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연구개발(R&D)의 상징이던 종합기술원을 3년 전부터 축소하더니, 핵심 연구 기능을 미국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10년 뒤를 내다보고 한다는 선행연구 과제 상당수는 폐기했다고도 한다. 한국에 남긴 연구기능은 당장 1~2년 내 상용화가 가능한 제품 개발이다. 첨단소재와 차세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 기존 틀을 무너뜨리는 파괴적 기술,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기술 연구는 실리콘밸리의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가 맡았다. 길영준 부사장 등 과거 종합기술원의 핵심 임원들도 미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상한 사람으로 키워라
삼성만이 아니다. LG전자 SK하이닉스 등 괜찮은 한국 기업들은 모두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세우고 있다. 세계의 혁신 기지이기 때문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는 창의적 연구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가요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희한한 가면을 제작해 ‘복면재근’이라고 불리는 디자이너 황재근 씨는 세계 3대 디자인스쿨 중 하 ざ遮?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나왔다. 황씨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학교에 갔더니 더 이상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더라”고 했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주기 위해 학생의 속에 있는 걸 짜내더라는 것. 다른 나라에선 남들과 다른 나를 찾을 수 있게 하는데 우리 교육은 똑같은 사람을 찍어낸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9년째 머물러 있는 한국에선 제조업의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다. 서비스업은 정부 규제 때문에 클 수가 없다. 그동안 대부분 좋은 직업 중 하나가 R&D였는데, 이나마도 해외로 옮겨 가고 있다. 우리 아이가 크면 어떤 일자리가 남아 있을까.
김현석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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