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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판사 커트라인, 검사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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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43기 사법연수원생 607명 중 예비판사 230등·검사 210등 '역전'

판사 되려면 3년 로클럭 거쳐야
임용보장 불확실…선호도 하락

"일찌감치 전문변호사 길 걷자"
로펌·기업·공공기관 선택도 늘어



[ 김선주 기자 ]
A씨(사법연수원 43기)는 지난달 20일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에 취업했다. 상위 10%대의 우수한 성적이었지만 판사 지망생이 몰리는 재판연구원 대신 대형 로펌을 선택했다. 43기는 재판연구원(로클럭)·검사·변호사 등 법조 경력을 3년 이상 쌓아야 판사 지원 자격이 생긴다. 연수원 수료와 동시에 판사로 임용(즉시임용제도)된 기수는 지난해 수료한 42기가 마지막이었다. A씨는 19일 “어렵게 판·검사가 되더라도 어차피 퇴임하면 로펌에 가야 한다”며 “일찌감치 로펌으로 진출해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걷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사법연수원생들의 선호 직업 1위였던 판사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법관 즉시임용제도 폐지로 더 이상 연수원 성적이 판사 임용의 보증수표가 되지 않는 데다 삶의 질 등 직업 선택시 고려하는 요인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삶의 우선순위 변화…로펌 선호”

판사 업무를 보조하는 일종의 예비 판사인 재판연구원 지원이 가능한 연수원 성적 마지노선이 큰 폭으로 내려간 점도 연수원생들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을 선택한 43기 B씨는 “42기 때는 입대자 등을 제외한 취업 대상 645명 가운데 100~120등은 재판연구원, 200등 초반대는 검사 지원 커트라인이었다”며 “43기의 경우 607명 중 재판연구원 230등, 검사 210등으로 낮아졌다”고 귀띔했다. 그는 “성적 기준으로 지원 분야를 제한하지는 않지만 담당 교수와 상담한 뒤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성적이 높은데도 인권변호사 등 자신이 원하는 분야로 진출하는 동기들이 많아지면서 커트라인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각종 추문으로 판·검사에 대한 인식이 악화된 점도 선호도가 바뀐 이유 중 하나다. 43기 C씨는 “전에는 성적만 되면 무조건 판·검사에 지원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였지만 요즘은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다양해지면서 근무 여건, 보수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다”고 연수원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기류는 이미 서울대 법과대학 석·박사 통합과정의 이준석 씨가 수료 전 42기들의 선호 직업을 조사해 지난해 7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감지된 바 있다. 2회에 걸친 설문조사 결과 연수원 입소 직후인 1차 조사 때 49%에 달했던 판사 선호도는 입소 2년차 때 실시한 2차 조사에서는 26%로 곤두박질쳤다. 대신 1차 조사 때 10%에 불과했던 로펌이 2차 조사 때 36%로 약진, 1위를 차지했다.

◆“기업·공공기관으로도 눈 돌려”

연수원생들은 로펌 이외에도 기업·공공기관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기업 선호도는 △38기 57명(7.19%) △39기 67명(8.45%) △40기 53명(6.78%) △41기 99명(11.57%) △42기 88명(13.64%) 등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왔다.

로펌에서 근무하다 중소기업 법무팀으로 옮긴 D변호사(35기)는 “법원이나 로펌은 아침 일찍 출근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경제적인 보상 여부가 차이점”이라며 “연봉이 깎이더라도 가족과 시간을 보낼 여유가 있는 기업체 근무가 더 편하다”고 말했다.

판사 임용 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점도 연수원생들이 공직 외 삶으로 진로 선택 폭을 넓힌 이유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임 법관에 임명된 42기는 취업 대상 645명 중 4.96%인 32명에 불과했다.

최근 10여년간 판사 임용률이 취업 대상 인원 중 10~12%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올해도 46명이 재판연구원에 지원했지만 최종 몇 명이 판사에 임용될지는 미지수다. 로스쿨 출신, 기존 검사·변호사와 경쟁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면접 점수가 엇비슷하면 성적 순으로 뽑았지만 요즘은 판사·검사·변호사 간 벽을 허물자는 취지의 법조 일원화 방침에 따라 다양한 경력·경험을 고려해 선발한다”며 “특히 전문성을 따지는 실무능력평가를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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