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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카드'에 칼빼든 금감원…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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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카드'에 칼빼든 금감원…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향방은
금감원 "공개매수 중 유증, 부정거래 의심"…주관사 현장검사
고려아연 "유상증자 적법하게 시행…오해 있어 성실히 소명 중"
금감원 조사 결과 따라 우호지분·국민연금 결정에 영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고려아연 경영권 수성에 나선 최윤범 회장 측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31일 금융당국이 부정거래 가능성을 의심하며 조사에 착수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 불법성은 없었다며 "오해가 있어 당국에 성실히 소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최 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내상을 입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최 회장 측 '묘수'로 던진 유상증자 카드 '자충수' 되나
금융감독원 함용일 부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날 고려아연이 발표한 유상증자와 관련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함 부원장은 "유상증자의 추진 경위 등을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이나 위계를 사용한 부정거래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전날 고려아연은 소각 예정 주식 제외 발행주식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천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조달 금액은 2조5천억원으로, 이 가운데 2조3천억원은 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쓰겠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주주 기반 확대와 개방적인 경영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시장에서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지분을 희석하고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이 강했다.
특히 우리사주조합에 신주 20%를 배정하는 특례를 활용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면서, 일반 청약자들에게는 청약 물량을 3%로 제한해 이런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고려아연 경영진이 공개매수가 진행되던 기간 유상증자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며 부정거래 논란이 불거졌다.

고려아연은 지난 11일 공시한 정정 공개매수 신고서에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전날 공시한 증권신고서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했다고 기재해 이 같은 의심이 증폭됐다.
함 부원장 역시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해 자사주 취득해서 소각하겠다는 계획, 그 후에 유상증자로 상환할 것이라는 계획을 모두 알고 해당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면, 기존 공개매수 신고서에는 중대한 사항 빠진 것이고,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이날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유상증자 관련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하는 등 발 빠르게 증거 수집에 나섰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가 확인되면 수사기관 이첩과 함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사실상 금융당국이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라는 압박을 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우호 지분·'7% 지분' 국민연금 결정에 영향 줄지도 '관심'
고려아연 측은 금감원 방침 발표 후 이번 유상증자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정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는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성실히 소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유상증자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가 있을 경우 요구에 맞게 정정하며 완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묘수'로 생각했던 유상증자 카드가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당황한 모습도 읽힌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하면 우호 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은 최종적으로 36.06%로 조정돼 영풍·MBK 연합의 지분(35.56%)을 앞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2조5천억원 가운데 2조3천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기로 해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주주들의 돈으로 빚을 갚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장 영풍·MBK 연합은 전날 입장문에서 "최 회장이 고금리 차입금으로 주당 89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해 회사에 막대한 재무적 피해를 줘 놓고 그 피해를 국민의 돈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상증자 카드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한화, 현대차그룹, LG화학 등에도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일각에서 우호 지분의 이탈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최 회장 측은 이들 기업의 고려아연 지분 보유는 사업 제휴 및 협력 차원의 장기투자 목적이라며 이런 관측을 일축했다.
이번 사태로 의결권 싸움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향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국민연금은 3분기 기준 고려아연 지분 7.48%를 보유하고 있다. 누구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7% 안팎의 지분은 결정적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국정감사 등 공개석상에서 사모펀드 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최 회장 측의 기대를 키웠으나 유상증자 사태로 최 회장 측의 사법 리스크가 커질 경우 이런 기대는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유상증자가 무산되는 경우 기존 지분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국가기간산업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던 최 회장 측이 명분 싸움에서 점했던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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