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 인플레에도 정부 예산 동결…사실상 예산 70% 줄면서 강의실 빼고는 소등
![](http://img.yna.co.kr/photo/ap/2024/04/19/PAP20240419021501009_P2.jpg)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대학인 '지성의 전당'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UBA)의 복도에 불이 꺼졌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이 연 288%를 기록한 가운데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급격한 긴축 정책을 이유로 예산을 동결하자, 이 대학은 전기세를 낼 수 없어 강의실을 제외한 구역을 소등했습니다.
![](http://img.yna.co.kr/photo/etc/af/2024/04/18/PAF20240418175701009_P2.jpg)
UBA 의대는 총 17층으로 된 건물인데 승강기 사용도 제한했으며, UBA 의대가 운영하는 부속 국립병원의 수술도 40%로 대폭 축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UAB뿐만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전역의 모든 국립대가 현재 같은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UBA가 가장 규모가 크고 상징적이기 때문에 현지 언론은 UBA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http://img.yna.co.kr/photo/etc/af/2024/04/19/PAF20240419058101009_P2.jpg)
UBA 리카르도 겔피 총장은 라디오 미트레와의 인터뷰에서 "예산이 없으면 올해 대학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고 말해 시민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250%가 넘는데 정부는 국립대 예산을 작년과 같이 동결시켰으며, 이는 실제로 예산이 70%나 삭감된 것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http://img.yna.co.kr/photo/ap/2024/04/19/PAP20240419021901009_P2.jpg)
겔피 총장은 "정부는 70%의 국립대 예산 인상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현재 예산으로는 5월 말까지만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지 언론에 각 국립대의 불 꺼진 복도가 보도되자, 그렇지 않아도 고공행진 하는 물가로 고통을 받는 시민들의 불만은 고조됐습니다.
한 시민은 방송에서 "밀레이 정부는 중산층의 최후의 보루인 국립대마저 없애려고 한다"며 격분했습니다.
![](http://img.yna.co.kr/photo/etc/af/2024/04/13/PAF20240413104801009_P2.jpg)
아르헨티나 국립대는 학비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 국립대는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계단이라는 인식이 큽니다.
나아가 대부분의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국립대 출신인데다 아르헨티나에서 탄생한 3명의 의학·화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도 국립대 출신이기 때문에 시민들은 국립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http://img.yna.co.kr/photo/etc/af/2024/04/18/PAF20240418175501009_P2.jpg)
가장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UBA 법대에서는 법대 교수들이 정부의 국립대 예산 긴축 정책에 반대해 법대 앞 계단에서 여러 차례 열린 강의를 개최했으며, UBA 의대에서는 교수진이 학생들과 같이 대학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http://img.yna.co.kr/photo/ap/2024/04/19/PAP20240419039101009_P2.jpg)
사회관계망 엑스(X, 전 트위터)에서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국립대 무상교육으로 집안에서 처음 대학을 졸업한 의사, 변호사, 교사 등의 개인 경험담이 수백개가 올라오면서 국립대 무상 교육을 지켜내야 한다며 대학생 시위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http://img.yna.co.kr/photo/etc/af/2024/04/18/PAF20240418175801009_P2.jpg)
오는 23일(현지시간) 공교육과 국립대 무상교육을 지키기 위한 대학생 대규모 시위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수십 년 만에 노조도 같이 참여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번 시위는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국립대 교수, 재학생, 졸업생 등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가장 강력한 시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http://img.yna.co.kr/etc/inner/KR/2024/04/22/AKR20240422002200009_04_i.jpg)
밀레이 대통령은 시위 전날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unniek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