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열린 하노이 호텔 주방서도 '협상과 긴장'
합의 결렬 알리며 취소된 둘째 날 오찬 참석자 22→11→0명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지난 2월 27∼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의 주방에서도 긴장감이 감돌았고, 양측간 협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이 호텔 총괄 주방장 폴 스마트의 말을 인용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메트로폴 호텔이 회담장으로 최종 확정된 것은 회담 3일 전, 양국 정상 식사 메뉴 확정은 회담 이틀 전에 이뤄졌다.
미국은 '매우 간소한' 코스 메뉴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다양한 메뉴 원했기 때문에 양측이 협의를 거쳐 4가지 메뉴를 내놓게 됐다. 양측이 2가지씩 맡기로 했고 미국 측에 할당된 메뉴는 스마트가 요리했다.
주방에는 스마트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속 요리사 2명, 영어에 능통한 북한 통역사, 북미 감독관 등 6명만 들어갈 수 있었다.
식사 1시간 전에는 식품 검수가 있었다. 7개 세트를 만들어 북미 검수관 4명이 먼저 맛보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북한과 베트남 당국자, 호텔 측이 샘플로 1세트씩 갖고 있었다.
김 위원장 전속 요리사들은 나이프와 포크를 알코올로 소독했다.
첫날 만찬 식탁에 오른 배속김치는 북한에서 24∼30일간 숙성해야 가져온 것이었고, 후식으로 나온 초콜릿 케이크는 케이크를 잘랐을 때 초콜릿이 '자유'(Freedom)처럼 흘러나오게 해달라는 미국 측의 특별 주문 대로 만들어졌다.
후식에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진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따른 것이다.
양국 정상은 만찬에서 접시를 모두 비웠지만, 와인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양국 정상이 오찬을 하기로 했던 '르 클럽 바'에는 긴 테이블이 놓였고 참석자는 애초 22명에서 11명으로 줄더니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았다.
오찬 코스 메뉴 4가지 가운데 유일하게 테이블에 오른 것은 사과 푸아그라 젤리 전채였다.
김 위원장 전속 요리사들이 사과 모양의 젤리에 푸아그라를 넣었고, 1시간에 걸쳐 해초를 이용해 만든 새 모양 장식은 예술 작품이었다고 스마트는 회상했다.
주방에서는 이 요리가 식당으로 옮겨진 뒤 1시간이 지나도 다음 요리를 올리라는 지시를 받지 못했고, 2시간이 지난 뒤 오찬이 취소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마트가 요리한 메인 요리인 '스노우 피쉬'(은설어 구이)와 파이, 김 위원장 전속 요리사들이 만든 인삼정과와 인삼차는 식탁에 오르지도 못했다. 녹색과 빨간색 젤리로 생삼처럼 장식한 인삼정과 등은 호텔 직원들의 몫이 됐다.
스마트는 "한 번도 외국에 나간 적이 없는 김 위원장 전속 요리사들은 호기심이 많아 나에게 요리법을 자주 물어봤다"면서 "매우 우호적이어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속 요리사들은 '김 위원장이 음식 마니아로 많은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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