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선 푸틴이 곧 법…"독자 '휴전 명령'으로 영향력 과시"(종합)
러 "푸틴 지시로 동구타 하루단위 휴전" 발표…영국, 강한 반발
안보리 결의, 러시아 반대로 휴전 시점 명시 못해 이행 불투명
(이스탄불·모스크바=연합뉴스) 하채림 유철종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휴전 결의와 별개로 러시아가 하루 단위 '인도주의 휴전' 체제를 운영한다고 발표,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지배력을 또다시 각인시켰다.
러시아가 26일(현지시간) 예고한 자체 휴전안은 앞서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결의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안보리는 24일 '시리아 전역'에서 '30일간' 휴전을 실시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반면에 러시아가 발표한 인도주의 휴전은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동(東)구타 지역에서 하루 단위로 5시간씩 운영된다.
러시아의 시리아내 분쟁당사자화해센터는 "27일부터 매일 오전 9시에서 오후 2시까지 민간인들의 탈출을 위한 인도주의 휴전이 실시된다"고 밝혔다.
센터는 "시리아 정부군이 이 시간 동안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이라며 "인도주의 휴전은 (동구타의) 민간인 거주지역인 두마와 아르빌 등에서 실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인 탈출을 위해 시리아 적신월사의 지원으로 무하이얌 알 바펠리 지역으로 이어지는 인도주의 회랑이 준비됐다"고 덧붙였다.
정해진 5시간 동안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이 동구타에 주둔 중인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조직을 포함한 모든 반군 세력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 2016년 말 반군이 상당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북서부 도시 알레포를 탈환할 때도 유사한 방법을 이용했었다.
하지만 유엔 주재 영국부(副)대사 조너선 앨런은 러시아의 휴전안이 안보리 결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영국 외교부는 러시아대사를 불러 안보리 결의 이행방안에 관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 장관이 의회에서 밝혔다.
러시아는 독자적인 일일 휴전을 발표하면서, 안보리의 휴전이 이행될 조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논리를 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모든 진영이 휴전 결의를 어떻게 이행할지 합의가 되고 나서야 안보리가 결의한 휴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이 전했다.
안보리 결의가 이행되지 않는 것은 결의문에 이행 시간을 명시적으로 표기하지 않았고, 이행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결과다.
당초 스웨덴과 쿠웨이트가 제출한 초안에는 '72시간 이내'에 휴전을 시행한다고 명시했으나 러시아 반대로 이 부분이 빠졌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발표를 통해 시리아에서 자신의 지배적 위치를 과시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동구타의 주민 희생을 배제하기 위해 27일부터 인도주의 휴전이 실시된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의 이날 발표는 시리아에서 강대국이 유혈사태를 중단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드러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리아 사태와 전선 전개가 더 복잡해질수록 러시아의 통제력이 더욱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달 초 이스라엘 전투기가 시리아 방공무기 공격에 격추된 위기에서도 푸틴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사태를 논의하며 상황을 진정시켰다.
차가이 추리엘 이스라엘 정보장관은 최근 시리아 상황을 '팍스 러시아나'('러시아의 지배력으로 인한 평화'라는 뜻의 라틴어)로 표현하며, "시리아 사태의 지배자는 러시아이며, 러시아는 상황을 통제한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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