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익성 당장 큰 타격 없을 듯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권의 위험 투자를막는 규제, 이른바 '볼커룰'이 오랜 진통 끝에 확정됐다.
10일(현지시각)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금융규제 기관들이 승인한 볼커룰최종안은 애초 논의되던 것보다 대체로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볼커룰이 미국 은행들의 자기자본을 이용한 투자, 자기자본거래(프롭 트레이딩)를 원칙적으로 금지함에 따라 월가 은행들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볼커룰이 지난 석 달 동안 당국의 검토 작업을 거치면서 전반적으로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 자기자본거래 위장수단 '차단' 볼커룰 논의 과정의 핵심 쟁점은 은행들이 자기자본거래를 이름만 바꿔서 계속할 수 있는 수단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은행이 보유한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의 위험성을 상쇄하는 헤지 거래, 이른바 '포트폴리오 헤징'(위험 회피 거래)은 문제의 수단 중 하나다.
볼커룰 초안에는 은행의 위험성을 줄이는 데 필요하다는 월가의 주장을 반영해포트폴리오 헤징이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그러나 최종안은 포괄적이고 막연한 포트폴리오 헤징을 금지하고 구체적인 특정위험성을 상쇄하는 헤지 거래만 허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해당 헤지 거래가 특정한 위험성을 줄이는 상관관계가 있음을 제시하는 등 투기성 거래가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투자자를 위해 시장 유동성을 확보하고 수급 불균형을 줄이는 이른바 '시장조성'(market-making) 기능을 위한 자기자본거래는 금지 대상에서 빠졌다.
다만, 은행들은 이와 관련해 매수와 매도 양쪽을 모두 행해야 하고 거래 규모도단기간의 고객 요구 수준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볼커룰은 또 사모펀드·헤지펀드·원자재 등에 대한 은행 투자도 제한해 투기성거래를 막기로 했다.
◇ 은행들 이미 대비…"수익성 큰 타격 없을 듯" 볼커룰로 인해 월가 은행들은 사업 전반에 큰 영향을 받게 됐으나 이미 수년 전부터 볼커룰에 대비해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FT는 볼커룰이 일부 우려처럼 은행 수익성에 'K.O.급 강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월가가 로비한 결과 시장조성용 자기자본거래 허용 등 일부 조항을 완화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FT·블룸버그 등은 볼커룰이 담당 규제 당국에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겨 놓아앞으로 실제 영향은 당국의 실제 규제 이행 방식, 볼커룰의 세부 항목 등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는 자기자본거래를 이미 2년 전에 중단했고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지분도 지난 4년간 매각하는 등이미 일부 은행들이 볼커룰에 따라 사업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0일 볼커룰 승인 소식에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주가가 각각 2.06%, 0.38% 오르는 등 은행주들은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월가 은행 중 그나마 골드만삭스가 볼커룰의 영향을 가장 크게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 JP모건 '런던 고래' 사건, 볼커룰 '일조' 이번 볼커룰 최종안이 나오는 과정에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의도하지 않은 '도우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FT에 따르면 JP모건은 작년 2월 연준에 경영진 2명을 보내 볼커룰 완화 민원을벌였다.
JP모건은 작년 상반기 관련 당국과 회의를 하고 경영진 6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트폴리오 헤징 규제 등이 은행의 일상적인 유동성 관리 업무 수행 능력마저 위협할것이라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에 JP모건이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투자 잘못으로 약 60억 달러(약 6천30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은 '런던 고래' 사건이터지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준 상대로 로비하던 바로 그 임원 중 일부가 사건의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는 등 JP모건 스스로 은행 자기자본거래의 위험성을 보여주면서 월가의 볼커룰 완화로비가 힘을 잃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jh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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