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가 전 세계 배터리 소재 업체 최초로 니켈 비율이 95%인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를 올해 말 양산한다. 전력 저장량을 결정짓는 니켈의 비율을 높이면서 배터리 용량의 한계를 한 단계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이다. 니켈 함량을 최대로 끌어올린 울트라 하이니켈 배터리는 완전자율주행, 차량 내 전면 디스플레이 등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꼽힌다. 리튬·인산철(LFP) 계열 양극재를 사용하는 중국산 저가 배터리의 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베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12월부터 니켈 비율이 95%인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 양극재를 국내 배터리 셀 제조 및 해외 전기자동차 회사에 납품하기로 확정했다. 글로벌 양극재 업체를 통틀어 95%라는 수치는 엘앤에프가 최초다.
엘앤에프는 니켈 함량이 90%가 넘는 하이니켈 양극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배터리 사업 부문)과 협력해 GM 등에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해 왔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하이니켈 기술은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는 K배터리의 독보적 영역”이라며 “엘앤에프가 현재 삼원계 양극재의 니켈 함량인 90%를 훨씬 넘어선 ‘마의 95%’를 달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엘앤에프가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다시 한번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테슬라는 지난달 자율주행 무인택시 ‘사이버캡’을 공개했다. 2026~2027년 대량 생산할 계획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기능을 적용한 자율주행차는 ‘전기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첨단 전력반도체 기술과 함께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수다. 엘앤에프가 타깃으로 삼은 시장도 바로 이 분야다.
엘앤에프는 최종적으로 97%까지 니켈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울트라 하이니켈 기술 분야에서 엘앤에프를 바짝 뒤쫓고 있다. 현재 니켈 94% 비율의 양극재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양극재 시장을 이끌어 온 두 기업의 행보를 놓고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율주행 시대 개막이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전기차 수요 둔화가 오래 지속되면 실적 부진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는 올 3분기 각각 724억원, 41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풍부한 자본력을 갖춘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고전압 미드니켈 양산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미드니켈 기술은 낮은 니켈 비중을 보완하기 위해 높은 전압을 걸어야 하는데, 이런 고전압 기술 개발에서 배터리 셀 분야 톱티어 기업인 LG엔솔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켈 비중이 40~60%여서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 등은 낮지만 가격이 저렴한 기술이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포스코퓨처엠도 하이니켈뿐 아니라 미드니켈 양산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드니켈을 통해 고가 하이니켈과 저가 LFP 사이의 넓은 중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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