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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다음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고민을 던 모습이다. 물가가 안정화하는 가운데 한·미 금리 차가 1.5%포인트로 좁혀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부담이 완화돼서다. 시장에선 한은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좁혀진 한·미 금리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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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는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연 5.25~5.5%에서 연 4.75~5.0%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연 3.5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과의 금리 차는 2.0%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해 5월 이후 약 1년4개월 만에 가장 가까워졌다.
환율 상승을 야기할 수 있는 한·미 금리 차가 좁혀지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모습이다. 다른 지표들은 이미 금리 인하를 가리키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2%대로 하향 안정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물가만 보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라고 인정했을 정도다. 성장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과 달리 내수는 부진하다. 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안 요인 중 하나이던 외환시장의 부담 요인이 Fed의 빅컷으로 완화된 상황이 더해진 것이다.
시장에선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다음달 11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빅컷으로 한은이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명분이 마련됐다”며 “내수 등 국내 지표가 좋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통화정책까지 변화하며 10월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은이 금리 인하를 위해 풀어야 하는 물가, 성장, 외환시장, 가계부채의 고차방정식 중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9조원 넘게 증가했고, 이달 들어서도 주요 은행의 대출 증가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
○한은도 ‘매파적 인하’ 가능성
한은이 지난 7월 금통위부터 수도권 부동산시장 과열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를 집중 언급한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이 확인되기 전에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가 길었고 (금통위 전) 10월 초 연휴도 있다”며 “이 기간 가계대출이 줄어들 수 있지만 확대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한은이 이런 점을 종합 고려해 10월 금통위에서 Fed처럼 ‘매파적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금리를 내리면서 추가 인하에 선을 긋고, 부채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내는 식이다. 앞서 박종우 한은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가 “인하 시점뿐 아니라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 이 같은 맥락의 발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한은이 10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더라도 이후 연내 추가 인하하기보다 내년 일정 시기까지 기준금리를 연 3.25%로 유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총재는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은 국내 요인에 더 가중치를 두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면서도 미국의 금리 인하에 동조해 10월에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엔 우회적으로 선을 그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은 Fed의 빅컷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5.39포인트(0.21%) 오른 2580.80에 마감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21%포인트 오른 연 2.843%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1329원으로 50전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