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누진제 고쳐라” 한목소리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2018년부터 3단계 누진 구간을 적용하면서 여름철(7~8월)에만 일시적으로 누진 구간을 확대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요금을 매기되 냉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전기료 상승 부담을 낮춰주는 제도다.
현재 적용하는 7~8월 주택용 전력 요금 체계는 △300㎾h 이하(1㎾h당 120원) △300㎾h 초과 450㎾h 이하(214.6원) △450㎾h 초과(307.3원) 등 세 구간으로 나뉜다. 7~8월을 제외한 기간엔 누진 구간이 △200㎾h 이하 △200㎾h 초과 400㎾h 이하 △400㎾h 초과로 운영된다.
이런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도는 1973년 ‘오일 쇼크’로 부족해진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도입한 뒤 51년간 유지됐다. 누진제 개편을 요구하는 이들은 현재의 누진제가 전기를 평범하게 사용하는 국민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2020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수행한 에너지 총조사에 따르면 4인 가구의 7~8월 월평균 전기 사용량은 427㎾h. 에너지업계는 2020년 이후 이상기후에 따른 냉방 수요 증가와 식기세척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 대중화로 4인 가구 평균 전기 사용량이 500㎾h에 육박할 것으로 본다. 평균적인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과거의 ‘과소비 문턱’(450㎾h)을 넘어섰다는 논리다.
누진제 개편 목소리는 민심에 예민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8월 최고위원회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안을 관계 부처와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2014년부터 한전을 상대로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곽상언 의원이 누진제 폐지 여론을 이끌고 있다.
○정부 “전기요금부터 정상화해야”
정부와 한전은 누진제 개편을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한전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전의 누적 부채는 2021년 145조8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03조원으로 불었다. 작년 기준 한 해 이자 비용으로 지급한 돈이 4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2016년 누진제 완화(6단계→3단계)로 연간 9400억원, 2018년 여름철 누진 구간 확대로 연간 2800억~3700억원의 수익이 줄었다고 추정했다.한국의 전기료가 해외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싸다는 점도 누진제 개편 반대 근거로 거론된다.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전기요금부터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에 따르면 8월 가구당 평균 363㎾h의 주택용 전기를 썼을 때 요금이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의 2배 이상, 미국은 한국의 2.5배, 독일은 한국의 2.9배에 달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기후, 생활 여건 등 환경이 달라진 만큼 누진제 개편 필요성이 크다”면서도 “전기요금 정상화에 맞춰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유 교수는 “누진제 3단계 단가를 낮춘다면 1단계 원가를 올려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