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시기에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지급한 재난지원금 가운데 3조2000억원가량이 부당하게 지급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범죄 업체, 코로나19 피해와 무관한 태양광 사업자 등에게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무분별한 현금성 지원 정책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중소벤처기업부를 대상으로 ‘소상공인 지원사업 추진 실태’를 감사한 결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코로나 지원금 약 3조2323억원이 지원 취지 및 요건에 맞지 않게 지급됐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11차례에 걸쳐 61조4000억원의 재난지원금(52조9000억원)과 손실보상금(8조5000억원)을 지급했다.
부당 지급의 유형을 보면 피해 규모 이상으로 과도하게 지급한 금액이 2조684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중기부는 피해 규모는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 여부만 확인되면 일정 금액의 재난지원금을 일괄적으로 지급했다. 이런 이유로 실제로 매출 감소액보다 다섯 배나 많은 지원금을 타간 업체가 6만8000곳(852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사업자에게 지급(3007억원)하거나 태양광 발전업체 등 코로나19 피해와 무관한 업체에 준 사례(1205억원)도 있었다. 한 태양광 발전업체는 매출 감소액(27만원)의 50배에 이르는 1340만원을 지원금으로 타갔다. 폐업·휴업했거나 방역 조치를 위반한 사업장 4만4201곳에도 667억원을 지급했다.
부정 수급업체 중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유통 등 범죄에 활용된 유령법인도 21곳에 달했다. 중기부는 이들 업체에 총 8000만원을 지급하고도 이를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8월 대포통장 유통 목적으로 설립된 한 업체는 법원 해산명령 판결을 받은 뒤에도 1900만원을 재난지원금으로 받아갔다.
다만 감사원은 사회적 재난 시기인 점을 감안해 담당 공무원에게 법적 책임은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감사 결과를 정책 참고 자료로 활용하라고 중기부 등 관련 부처에 통보했다. 위법·부당한 방법으로 재난지원금을 신청·수령해 범죄 혐의가 있는 사항은 수사를 의뢰하도록 요청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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