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6918603.1.jpg)
교보문고에서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였다. 자기계발서와 만화의 판매는 줄고, 시와 에세이, 인문서의 판매는 늘었다. 소설은 출간이 몇 년 지난 구간이 강세였다. 교보문고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 상반기 결산’을 3일 발표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6918613.1.jpg)
교보문고 올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차지했다.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이 쓴 책이다.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깜짝 소개된 후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방송 이슈가 걷힌 후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며 “책 속에 담긴 쇼펜하우어만의 통찰이 독자들의 마음에 와닿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참고 기사: ‘철학’으로 ‘자기계발’한다..쇼펜하우어부터 니체까지 철학 책 열풍
2위는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의 추천을 받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3위는 <돈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모건 하우절의 신작 <불변의 법칙>이었다. 이어 <세이노의 가르침>, <모순>, <이처럼 사소한 것들>, <도둑맞는 집중력> 등이 뒤를 이었다.
교양인문서가 약진했다. 지난해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 내 인문서는 1종뿐이었다. 올해는 1위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7위 <도둑맞는 집중력>, 10위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등 3종이 올랐다.
인문 분야 안에서는 철학서가 인기였다. ‘쇼펜하우어 열풍’ 덕분이다. 제목에 ‘쇼펜하우어’가 들어간 책은 2021년 1종, 2022년엔 2종이었다. 작년엔 8종, 올해는 상반기에만 13종 출간됐다.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30위 내에 든 쇼펜하우어 책도 5종에 달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쇼펜하우어 저),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한 번뿐인 삶 이렇게 살아라>, <잠들기 전에 읽는 쇼펜하우어>등이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6918608.1.jpg)
유명인의 추천 책이 서점가를 뜨겁게 달군 것도 상반기 트렌드 중 하나였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추천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맡겨진 소녀>, <이주하는 인류>,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등이 에세이, 소설, 역사·문화, 인문, 예술 등의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분야별 판매 점유율을 보면 중학생·고등학생들이 보는 학습 분야 도서가 16.2%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아동 분야는 저출산 여파로 어린이 독서 인구가 줄고 있지만, 아동 만화 및 동화 인기 시리즈가 아이들의 독서 흥미를 돋우며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8.2%)을 보였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6918616.1.jpg)
한동안 판매 점유율이 위축됐던 시·에세이 분야가 16.5%로 큰 신장률을 보였다. 판매 점유율은 5.1%로 8번째를 차지했다. 교보문고에서는 “경제 불안으로 인해 재테크나 자기계발보다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에세이에 독자 관심이 옮겨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 분야는 대표적인 시선집인 문학과지성사 600호, 창비 500호가 출간되면서 시집 마니아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시니어 시집들도 신장세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1.36918615.1.jpg)
소설 분야는 ‘구간’이 명관이었다. 소설 베스트셀러 30위 안에서 11종이 출간이 10년 넘은 구간이었다. 1989년 출간된 양귀자의 <모순>을 비롯해 <구의 증명>, <삼체 1>, <인간 실격>, <데미안>, <파과>, <채식주의자>, <노르웨이의 숲>, <듄 1> 같은 책들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옛날에 출간된 소설들이 영화, 드라마, 유튜브 등을 통해 소개되고 추천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며 “몇십 년을 거슬러 인기를 얻는 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절판된 지 한참 된 책을 다시 펴내는 재개정판 출간이 요즘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