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기 공채를 없애고 수시 채용을 택하는 대기업이 늘면서 공기업과 공무원 시험에 더 많은 취업준비생이 몰리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경험과 경력을 쌓지 못한 취준생들은 필기시험이 여전히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부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하반기 일부 공기업 채용 경쟁률은 1000 대 1 가까이 치솟았다.
3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국조폐공사의 일반직 신입사원 2명 채용에 1951명이 몰려 975.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항만공사가 채용형 인턴으로 일반행정직 2명을 뽑을 때는 1002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500 대 1에 달했다. 또 한국도로공사의 5급 행정직 경영직무 선발에는 4601명이, 한국남부발전의 일반 사무직 채용형 인턴(6명)에는 2439명이 지원했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이 예사가 되면서 취준생 사이에선 “요즘 공기업 취업 경쟁률은 웬만한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높다”는 말이 나온다.
취준생들은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침체에 따른 취업한파에 수시 채용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공기업 선호도가 더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340개 공공기관은 작년보다 약 1000명 늘린 2만6500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지만, 경쟁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3602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 의향’을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꼴인 35.8%가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거나 준비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2019년 조사 때는 이 비율이 22.4%였다.
스펙이 부족한 ‘취린이(취업준비+어린이·취업준비에 처음 뛰어든 사람)’들은 수시 채용에 도전하는 것을 포기하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책을 펴들기도 한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학 중인 문모씨(27)는 “차라리 NCS를 공부해 공기업을 지원하는 게 더 안정적이고 합격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남영/최다은 기자 nykim@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