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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나요. 누군가는 중요한 미팅을 어디서 해야 할지 몰라 헤맬 것이고, 누군가는 노트북 하나 들고 공부하던 도서관을 통째로 잃은 기분이 들 겁니다. 보험회사 직원이나 외국어 개인 강습을 하는 이들은 갑자기 일터를 잃은 듯한 느낌일 테고. 답답한 마음에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집 밖으로 나섰을 때 잠시 멈춰설 곳도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나라 카페는 이제 ‘누구’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의 공간이 됐습니다. 커피 수입이 자유화된 지 겨우 30년. 커피 시장은 한국 경제처럼 초고속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1인당 카페 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고, 월드바리스타챔피언을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배출한 나라가 됐습니다. ‘카페 버블’이라는 말이 나온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산업은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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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상륙한 스타벅스는 문화코드가 됐습니다. 낯설기만 하던 메뉴,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정도는 이제 남녀노소 모두 구분할 수 있지요. 커피를 다루는 사람, ‘바리스타’라는 직업도 그사이 아주 멋진 전문직 대열에 올랐습니다. 스타벅스가 만든 커피 문화는 지난 20년간 한국 커피시장을 지배했습니다. 토종 커피의 자존심 이디야커피는 전국 매장이 2500개를 넘어섰고, 이를 따라잡으려는 브랜드가 수없이 생겨났습니다. 한국커피협회가 발급한 바리스타 자격증을 받은 사람은 27만 명이 넘고, 전국 카페가 10만 개라고 하니 커피를 업으로 삼는 사람은 5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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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단어는 영국에서 왔습니다. 영국 경제학자 더글러스 맥윌리엄스는 <플랫화이트 이코노미>란 책에서 런던 경제가 디지털 혁신을 이룬 배경에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2011년 유럽 금융위기 이후 영국 경제는 어려웠습니다. 금융산업은 쇠퇴기의 징후를 보였고, 정보기술(IT) 분야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한참 뒤처졌었죠. 이런 침체에 자극을 준 공간이 등장합니다.
쇼디치, 해크니 등 런던 외곽에서 호주식 카페라테인 플랫화이트를 파는 스페셜티 카페들입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젊은 기업인들은 ‘카페 번개 모임’을 만들어 사업 아이디어를 활발하게 주고받았습니다. 이는 영국 경제가 회복하는 데 큰 자극이 됐다는 메시지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카페가 등장할 수 있을까요? 그 가능성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2011년 서울 서초동에서 시작한 알레그리아커피로스터스, 서울 도화동에서 시작된 프릳츠커피컴퍼니, 강원 강릉에서 전국구로 커진 테라로사…. 이외에도 펠트커피, 커피리브레, 어니언카페, 헬카페 등은 더 특별한 공간에서 조금 다른 커피를 내놓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역시 ‘다름’에 열광합니다. 24시간 열려 있는 편의점 카페,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한 스타벅스와 이디야, 개성으로 무장한 독립 카페들까지. 한국 커피시장이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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