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상황 점검회의 개최
"대외환경 부정적, 하반기 경제여건도 녹록치 않아"
국내 증시 상대적으로 낮게 하락…화이트리스트 배제 영향 선반영
"외환보유액·단기외채비율 문제없어"
금융당국이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차분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5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 동향과 전망을 살펴보고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들의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손 부위원장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에 따른 영향과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기재부, 한은 등 금융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또 차분하고 신속하게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시장상황별로 이미 마련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에 따라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최근 금융시장은 대외적인 변수에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다는 발표에 코스피 지수는 7개월 여만에 2000선이 붕괴됐고, 원·달러 환율은 1198원으로 마감돼 2년 7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 같은 충격에도 우리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진단이다. 모두발언을 통해 손 부위원장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지난 2일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면서도 "우리 증시는 상대적으로 더 적은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코스피 지수는 지난 2일 0.95% 하락한 반면, 일본 니케이(-2.11%)나 중국 상하이지수(-1.41%), 홍콩 항셍지수(-2.35%) 등은 낙폭이 더 컸다는 설명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주식 하락폭과 비교해도 하락폭이 적었다는 분석이다.
손 부위원장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지난 7월초부터 예상했던 이벤트로 영향이 시장에 상당부분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우리기업들의 생산과 수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관이 총력 대응하고 있는 만큼 미리 예단해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는 기본적인 체질이나 대외 건전성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7월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4031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단기외채 비율도 31.6%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도 안정적인데다,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국가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올해들어 7월까지 주식시장에서 누적된 순매수액이 6조9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채권시장에서는 10조1000억원을 순매수를 보였다. 5년 만기 CDS 추이는 지난 2일 기준으로 30.0bp로 2018년말(39.5bp)이나 2017년말(52.2)보다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그럼에도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손 부위원장은 "향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과 함께 미중 무역분쟁, 노딜 브렉시트 등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으로 하반기 경제 여건도 녹록치 않다"며 "기재부, 한은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햐 공동 대처하고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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