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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규직 전환 '희망 고문'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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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90%" 달성했다지만
공공기관 곳곳 3년째 갈등진행형

백승현 경제부 기자 argos@hankyung.com



[ 백승현 기자 ] 고용노동부는 지난 2년간 18만5000명(6월 말 기준)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됐다고 23일 발표했다. 총 853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20만5000명의 90.1%에 달하는 숫자다. 고용부는 또 정규직 전환과 함께 차별없는 복리후생비 지급 등으로 1인당 연간 391만원의 소득 증대 효과가 있었다고 홍보했다. 외견상으로는 단 2년 만에 무려 20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처우까지 개선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부가 해당 보도자료를 낸 이날 국회에서는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노동조합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 노조에는 도로공사의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지난달 30일 계약만료에 따라 해고된 1500여 명이 소속돼 있다. 2013년 소송을 제기해 1, 2심에서 직접고용 판결을 받은 이들은 도로공사가 교섭을 회피한다며 대통령과 총리가 나설 것을 요구했다. 톨게이트노조 사태는 정의당과 양대 노총이 가세하면서 노사갈등이 노정갈등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게다가 대법원에서 조만간 하급심을 인용하면 도로공사는 이미 자회사로 편입된 5000여 명을 포함한 정규직 전환 작업을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

정부의 발표와 달리 공공기관 곳곳에서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규직 전환 1번지’로 불리는 인천공항은 3년째 갈등 진행형이다. 지금까지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인력은 전체 9785명 가운데 3000여 명에 불과하다. 수천 명이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전국 국립대 병원은 정규직 전환 실적이 거의 전무하다.

정규직 전환이 완료된 것으로 집계된 공공기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국잡월드는 40여 일간의 전면파업과 10일간의 단식투쟁 끝에 지난해 11월 가까스로 자회사 전환 합의를 이뤘지만 갈등은 해결이 아니라 봉합 수준이었다. 당시 노사는 ‘2020년까지 고용형태를 재논의한다’는 조건을 달아 도장을 찍었지만 이후 7개월간 직접고용의 희망을 접은 근로자 2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전환율이 90%를 넘는다는 정부 발표가 허상일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에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당시 인천공항 비정규직은 물론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는 ‘직접고용’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선언은 필요한 예산도, 전환 방식도 정해지지 않은 그야말로 선언이었다. 약 2개월 뒤 정부 방침은 ‘자회사 정규직도 정규직’으로 바뀌었고 전국 800곳이 넘는 공공기관에서 노사갈등이 일제히 시작됐다. 애초에 실현 불가능했던 대통령의 장밋빛 한마디에 상처 입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아우성은 3년째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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