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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중견 PEF를 위한 '루키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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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증권부 기자 hugh@hankyung.com




[ 정영효 기자 ] 국내 최대 공제회인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지난달 위탁 운용사 선정계획을 발표했다. 회원들의 납입금을 굴려줄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벤처캐피털(VC)을 뽑기 위한 절차다. 교직원공제회 사상 최대인 8900억원에 달하는 출자 규모와 함께 화제를 모은 건 루키(신생) PEF와 VC에 대한 출자계획, 소위 ‘루키리그’였다. 루키리그는 신생 운용사만 응모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제한하는 선정 방식이다.

연기금·공제회의 위탁 운용사 선정 기준 1순위는 투자이력(트랙레코드)이다. 설립 역사가 오래된 운용사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다. 이런 진입장벽을 허물고 업력이 짧은 운용사를 키우자는 취지로 마련된 게 루키리그다. 국내 1, 2위 PEF를 이끌고 있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모두 글로벌 PEF 운용사에서 경험을 쌓은 뒤 신생 PEF를 설립해 한국 자본시장의 간판으로 성장시킨 공통점을 갖고 있다.

PEF 및 VC업계가 교직원공제회의 출자계획을 반긴 건 국내 루키리그의 명맥이 꺼져가고 있어서다. 지금껏 국내 자본시장의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정도만 루키리그를 시도했다. 국민연금은 2000년대 후반 루키리그를 시행했지만 단발성 이벤트에 그쳤다. 운용사당 500억원을 출자해 가장 큰 규모의 루키리그를 운영하던 산업은행은 담당 실장이 바뀐 올해부터 출자금액을 100억원대로 대폭 줄였다.

하지만 막상 교직원공제회의 출자 공고문을 받아본 신생 PEF와 VC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본회 신규거래 또는 제안서 작성 기준일 현재 설립 5년 이내 운용사 중 1개 이상 충족’이라는 자격요건 때문이다. 설립한 지 5년 이내의 신생 운용사가 아니더라도 교직원공제회의 출자를 받은 적이 없다면 누구라도 루키리그에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중견 대접을 받는 설립 10년 안팎의 운용사들이 루키리그에 지원서를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올 1월 김호현 기금운용 이사(CIO) 취임 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교직원공제회의 루키리그가 신진에는 ‘그림의 떡’이되고, ‘교직원공제회의 돈을 처음 받는 중견 PEF 운용사와 VC를 뽑는 리그’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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