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커피업계 CEO들
"블루보틀 커피 이상의 경험 제공
국내시장 안착 여부 더 두고봐야"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 김보라 기자 ]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1주일째 같은 질문을 받고 있다. “입장 성공하셨어요?” 또는 “이게 그럴 일인가요?” 지난주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은 계속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금도 한두 시간 기다려야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왜 사람들은 이 파란병에 열광할까. 네 명의 커피업계 최고경영자(CEO), 두 명의 커피 칼럼니스트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블루보틀 신드롬’을 정리했다.
① 마케팅, 영리했다
개점한 지난 3일 매출은 600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세계 블루보틀 매장 70여 곳의 하루 매출 기록을 뛰어넘었다. 국내 대형 카페 하루 매출이 500만원을 넘기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변이다. 기다리게 하는 전술의 성공이었다. 블루보틀은 1년간 ‘티저 마케팅’을 했다. 1호점 위치를 놓고도 수많은 말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기대는 커졌다.
문을 연 후 줄을 서게 하는 마케팅도 성공했다. 1층과 지하 1층의 공간을 쓰면서 지상에는 로스팅 공간을 보여주고, 지하에 커피바와 카페 공간을 살짝 묻어놨다. 입장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다림 끝에 들어가 1인당 3~4잔의 커피를 마시고, 30만~40만원어치의 제품을 사들고 나왔다.
② 공간은 물음표
카페 공간 자체는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는 전문가가 많았다. 한국에서 카페는 독서실이기도 하고 사무공간이기도 하다. 블루보틀은 이를 무시했다. ‘노 콘센트, 노 와이파이’ 전략이다. 커피와 사람에게만 집중하라는 얘기다. 블루보틀은 2015년 일본으로 건너가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만나 진화한 브랜드다. 한국 소비자의 기대와 달리 미국에서 10여 년 전에 통했던 ‘공장 개조형 인테리어’를 들고 왔다. 의문부호가 찍히는 대목이다.
③ 커피 맛은 “100일 뒤에”
커피 맛에 대한 평가는 괜찮았다. 여섯 명 중 네 명이 싱글 오리진 등 드립 커피 맛이 훌륭하다고 평했다. 지브롤터, 뉴올리언스 등의 시그니처 메뉴 평가도 좋았다. 상하목장 우유를 쓰는 라테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하지만 월드 챔피언 바리스타가 탄생한 한국은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A브랜드 대표는 “지금까지는 맛보다는 브랜드를 향해 달려간 사람들이 많다. 맛에서도 팬을 확보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④ 커피업계를 자극한 건 ‘무한 친절’
블루보틀이 커피 판을 흔들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창업자가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나눠줬기 때문만은 아니다. 3시간 기다린 소비자 중 찡그린 얼굴은 많지 않았다. “오래 서 있었지만 카페에 들어가 감동받았다”는 후기도 있었다. C브랜드 대표는 “블루보틀을 미국이 아니라 일본 브랜드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대기 손님 패턴까지 계산해 소비자와 교감했다”고 평가했다.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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