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합의안 통과 땐 사임"
투표 결과 상관없이 기정사실화
고브 장관·존슨 前 장관 유력
[ 정인설 기자 ]
교착 상태에 빠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정국 속에서 영국에서는 차기 총리 후보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 27일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가결되면 유럽연합(EU)과의 새로운 국면 협상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가 EU와 어렵게 합의한 브렉시트 방안이 번번이 하원 문턱을 넘지 못하자 보수당 강경파(하드 브렉시트파)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였다. 하드 브렉시트파들은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에서 완전하고도 전면적으로 탈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메이 총리가 하원 가결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합의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총리 퇴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영국 언론들은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후에 그가 물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후임 총리로는 기존 하드 브렉시트파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마이클 고브 환경부 장관과 보리스 존슨 전 외무부 장관,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고브 장관과 존슨 전 장관이 차기 총리가 될 확률을 각각 25%로 가장 높게 내다봤다.
고브 장관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는 EU 전면 탈퇴를 외쳤다. 하지만 메이 정부 들어 일정 기간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브렉시트 합의안 지지파로 돌아섰다. 하드 브렉시트를 줄곧 주장해온 존슨 전 장관과 랍 전 장관 역시 이번 하원 표결에선 메이 총리의 뜻대로 메이 총리와 EU가 서명한 브렉시트 합의안에 찬성했다.
보수당의 하드 브렉시트파 의원이 50여 명에 불과한 만큼 온건파들이 총리로 선출되는 데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러미 헌트 외무부 장관과 사지드 자비드 내무부 장관, 메이 정부에서 부총리 역할을 해온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보수당 대표 후보로 나서려면 보수당 의원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된다. 경선 참가자가 여러 명이면 득표 수가 가장 적은 후보를 차례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최종 2명이 남을 때까지 계속 투표한다. 이어 15만여 명인 전체 보수당원이 우편으로 최종 2명의 당 대표 후보를 두고 투표를 한다. 보수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당 대표로 선출되는 후보가 자동으로 총리직을 승계한다.
메이 총리는 2016년 7월 앤드리아 레드섬 보수당 원내대표가 당 대표 결선 투표 직전 사퇴하면서 보수당 대표가 됐다.
런던=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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