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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公正法 개정, 기업 경쟁력을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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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규제 강화하는 개정안
경제력 집중 억제에 목매지 말고
경쟁·혁신 기반 다져 성장케 해야"

이호영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38년 만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이르면 이달 말부터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안 발의에 앞서 학계, 법조계 전문가들로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법개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필자는 1980년 당시 주로 일본 사적독점금지법의 내용을 차용해 제정한 현행 공정거래법이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야 할 우리나라 경제의 나침반으로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기꺼이 참여해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특위에서 공정위에 권고한 내용 중에는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이나 부당한 공동행위 또는 불공정거래행위 등 중요한 개정 사항이 있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법개정안 중 눈에 띄는 것은 주로 대기업집단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일부 조항들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과도한 지배력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자회사 및 손자회사 의무지분율을 상향하는 취지는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는 법 개정은 신중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지주회사 및 자회사 의무지분율을 하향 조정하고 증손회사를 허용한 2007년 법개정을 신중하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개정안은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경우에는 종전 기준을 따르게 하고, 신규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에만 강화된 기준을 따르도록 한다. 이는 대기업집단이 신규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만 억제할 뿐 경제력집중 억제라는 입법취지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금융·보험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는 조항도 일부 기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보험사가 계열사 간 합병 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기업집단이 헤지펀드 등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 전략으로 계열사 간 선제적 인수합병을 선택할 수 없게 돼 경영권 보호에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도 그렇다. 공익법인의 실태를 살펴보면 일부 악용되는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모든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회사 주식의 의결권을 박탈한다면 추후 공익법인 설립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의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도의 취지는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와 지원성 거래를 통해 회사나 주주가 누려야 할 이익을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이전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제도 도입 이후 각 기업집단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낮추거나 계열사와의 거래 조건이 불공정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은 법적 환경 변화에 대한 기업의 자연스러운 적응이라고 봐야 한다. 규제 대상을 확대할 경우 기업집단은 다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낮추거나 계열사 간 분할이나 합병 등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유지배구조를 변화시키는 등 상당한 법 준수비용이 발생하는 데 반해 경제력집중 억제라는 입법취지에 얼마나 기여할지 의문이다.

공정거래법이 다른 기업활동 규제와 구별되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규칙으로서 자유로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함으로써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우수한 기업이 더 성장·발전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데 있다. 공정거래법은 그동안 열악한 국내시장에서 경쟁원리를 확산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해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

글로벌 경쟁과 디지털 경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공정거래법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면개정이 논의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법개정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조급함을 떨쳐버리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미래 지향적인 법 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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