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시모무라 미쓰오 일본 FPG투자자문 CIO
집값은 40대 인구 수에 비례
일본인, 아파트값 상승 기대 안해
한국도 시차 두고 日 따라갈 것
[ 최만수 기자 ] “일본도 과거엔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집값이 오를 거라고 믿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국도 시차는 있겠지만 일본과 상황이 비슷해질 겁니다.”
시모무라 미쓰오 일본 FPG투자자문 최고투자책임자(CIO·74·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후 자산을 부동산에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부동산값은 1990년 이후 약 50% 하락했다. 시모무라 CIO는 “한국은 1990년대 일본처럼 거품이 심하지 않고 당분간 성장이 계속되겠지만 인구 감소와 개인부채 증가에 주의해야 한다”며 “집값은 단기적으로 은행금리, 정책 등 변수에 따라 움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40대 인구 숫자에 비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 년간 일본 경기가 살아났지만 주택 가격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했다. 그는 “관광객이 늘면서 도쿄 상업용 오피스와 호텔 등의 가격이 올랐을 뿐 주택 가격은 정체돼 있다”며 “맨션, 아파트 같은 고층건물은 유지보수가 어렵기 때문에 가격하락세를 막기가 더 힘들다”고 했다.
시모무라 CIO는 1969년부터 도쿄 증권가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198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와 이후 장기침체를 모두 겪었다. 한국과 일본 증권업계의 가교 역할도 했다. 한국을 150차례 이상 방문했고, 1990년대에는 한국의 주식형펀드를 일본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그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이 일본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일본에선 노후 파산으로 사회 빈곤층으로 전락한 노년층이 600만~700만 명에 달해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 시모무라 CIO는 “정부가 노후 파산을 막으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은행과 증권회사가 제대로 된 상품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후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산투자라고 강조했다. 시모무라 CIO는 “국내외 채권과 주식을 4분의 1씩 나눠 투자하면 20년이 지나도 안정적으로 자산을 지키고 투자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이미 20년 전 저성장과 저금리가 고착화됐기 때문에 해외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게 필수가 됐다”며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는 환율, 금리 등의 흐름에 늘 관심을 둬야 한다”고 했다.
노후 대비는 재테크도 필요하지만 퇴직 후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지 미리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모무라 CIO는 “가능한 한 오래 일하면서 생애임금획득 기간을 늘려야 한다”며 “체면을 버리고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쿄=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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