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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현대차·모비스 자사株 전량 소각, 순이익 50% 배당"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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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본색 드러낸 엘리엇

지배구조 개편 환영한다더니… 돌변한 엘리엇

"자신들이 목표했던 수익 확보 어렵게 되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뒤늦게 제동"
내달 29일 모비스 주총서 표대결 가능성



[ 도병욱/박종관/최만수 기자 ]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공격을 공식화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4일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을 환영한다”는 원론적 반응만 내놨지만 23일에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공개적으로 전달하면서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지배구조를 개편하지 않자 그 방향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개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속내 드러낸 엘리엇

엘리엇은 이날 현대차그룹에 보낸 서한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현대자동차 및 현대모비스 자사주 소각 및 배당성향 확대 △현대자동차 및 현대모비스에 외국인 사외이사 추가선임 등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4일 “현대차그룹의 출자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나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했을 때와 비교하면 요구조건은 구체화됐고 더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의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에 ‘베팅’을 했다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원하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가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엇이 공식적으로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주문하면서 그 속내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엘리엇은 4일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의 보통주 10억달러(약 1조5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지주사 체제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갠 뒤 투자회사 3곳을 묶어 지주사를 만드는 방식이다. 엘리엇이 3개사 지분을 매입한 것도 현대차그룹이 이 방식대로 지배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고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엘리엇은 매입할 필요가 없는 현대차와 기아차 지분을 보유하게 된 상황이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엘리엇은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됐다”며 “자신들이 목표했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 및 배당성향 확대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올해 초 이미 배당성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다수 내놨다. 주주권익담당 사외이사를 일반 주주들이 추천한 인사로 선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현대차그룹에 배당성향을 확대하라고 주문한 것은 최대한의 이익을 남기겠다는 선언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다국적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은 결국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겠다는 뜻이라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이달 중순 엘리엇과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가 비공식 회동을 하면서 서로 간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그 결과 엘리엇이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엘리엇이 추가 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음달 주총이 분수령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서한을 접수한 뒤 “국내외 주요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취지와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소통하겠다”는 원론적인 반응만 내놨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엘리엇의 속내를 파악하는 동시에 다음달 29일로 예정된 현대모비스 및 현대글로비스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 및 합병에 반대하고 나서면 표대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합병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다.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과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70~80%의 주주가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47~54%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현대모비스의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30.2%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48.39%에 달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엘리엇에 동조하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살펴봤을 때 엘리엇의 개입 목적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이기 힘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보다는 유보현금을 활용한 특별배당 실시, 배당성향 확대,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 등에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병욱/박종관/최만수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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