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주총회 때 다수의 사외이사를 신규 또는 재선임해야 하는 민간 금융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인사 개입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 후보자 리스트를 정해놓고 그중에서 선임토록 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사외이사의 역할은 주주 편에서 경영진을 견제하는 것으로, 금융회사 사외이사는 2016년 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 엄격한 자격요건을 통과해야 선임될 수 있다. KB·신한·하나·농협금융 등의 사외이사에는 법조계와 학계, 금융계, 재계, 관료 출신이 두루 포진해 있다. 금융당국이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성과 다양성에서 별다른 흠을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이 뽑은 사외이사를 앞세워 손쉽게 연임한다”며 민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왔다. 사외이사 선임 방식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경영 실적이 좋고, 다른 부적격 사유가 없는데도 주주 의사와 무관하게 CEO의 연임을 막는 것은 관치(官治)일 뿐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선임에 개입하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
금융당국이 말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의 본질은 ‘주인이 없다’는 데서 시작된 것이다. 분명한 주인이 없다 보니 정부가 금융회사 경영에 간섭하려는 고질병인 ‘관치 금융’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금융혁신의 ‘메기’ 역할을 기대하며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은행들도 ‘주인 없는 은행’으로 전락해 ‘관치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10%(의결권은 4%)로 제한한 은산(銀産) 분리 규제로 인해 K뱅크 설립을 주도한 KT와 카카오뱅크 출범을 이끈 카카오의 주도적 경영권 행사가 어려운 형편이다. 금융당국은 주주권 침해 소지가 큰 사외이사 선임 방식에 개입할 게 아니라 은행에 주인을 찾아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주인 찾아주기만이 관치를 없애고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를 푸는 정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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