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원 경제부 기자)정부가 이달 하순 발표할 예정인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연기금의 코스닥시장 10% 투자 유도’를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현재 2% 가량인 연기금 주식 투자의 코스닥시장 비중을 점진적으로 5배까지 확대시킨다는 내용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경제정책방향이 확정되면 내년초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투자를 확대시키는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코스닥시장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기금운용평가 방법도 바꾸기로 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기금운용평가 항목에서 시장위험이 충분히 분산돼 있는지 여부를 살피는 ‘운용상품 집중도’ 점수를 조정합니다.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주식 투자포트폴리오를 코스닥 종목으로 넓히면 운용상품 집중도 점수를 더 좋게 받을 수 있도로 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운용상품 집중도 배점(현재 총점 100점 중 5점)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네요. 연기금들은 기금운용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성과급, 인사, 예산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돼 정부의 코스닥시장 투자 확대 방침을 따를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기재부는 또 연기금의 여유자금을 통합해 관리하는 ‘연기금 투자풀’의 코스닥시장 투자도 늘립니다. 이를 위해 이달 ‘연기금 투자풀 중장기 발전방안’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합니다. 기재부로부터 선정된 민간 자산운용사는 지난해 말 현재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립학교교직원연금 등 62개 연기금으로부터 20조9544억원을 위탁받아 투자풀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행보입니다. 국민연금은 지난 8월말 기준으로 국내 전체 주식투자액 124조3000억원 가운데 코스닥시장에 2.1%인 2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를 10%로 늘리면 10조원가량이 코스닥시장에 추가로 투입됩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정부가 지난달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으로 연기금의 코스닥시장 투자 확대를 추진키로 한 데 대해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코스닥시장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한 적이 없고 내년 계획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며 코스닥 시장 투자 확대취지를 담은 취임사와 배치되는 발언이었습니다. 기재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담으면 김 이사장이 이번엔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궁금합니다. (끝)/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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