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약정 할인율 25% 확대
주주 배임소송 우려 있지만 정부에 맞서는 것도 부담
11월에는 취약층 요금 감면, 연내 보편요금제 법 개정
공정위도 요금담합 조사…다음주 소송전 분수령
[ 이정호 기자 ] 정부가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조정 등 통신비 인하를 위한 로드맵 실행에 본격 착수하면서 통신 3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음달 선택약정 할인율 확대를 시작으로 올 하반기 통신비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취약계층 요금 감면,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관련 법 개정 등 대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통신 3사는 당장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조정에 대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권 출범 초기 정부와 소송전을 벌이는 것이 큰 부담인 만큼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 상대 소송 여부 내주 결정할 것”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9일 선택약정 할인율을 현재 20%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 ‘인상의 법적 근거가 미비하고 경영 활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달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주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조정 내용을 담은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각사에 보내고 이날까지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통신 3사는 “할인율 상향 조정은 공시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라는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에 정면으로 위배돼 위법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통신사 반대에도 정부는 9월부터 예정대로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높일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르면 다음주 할인율을 상향 조정하는 행정처분 공문을 3사에 전달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태평양, KT는 율촌, LG유플러스는 김앤장과 함께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각사는 국내외 주주들로부터 회사의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배임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다음주 행정처분 공문을 받으면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적 대응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압박 ‘산 넘어 산’
정부가 짜놓은 통신비 인하 로드맵에 따르면 다음달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조정에 이어 10월 통신비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11월 취약계층 요금 감면 확대, 연내 보편요금제 관련 법 개정이 예정돼 있다.
10월 구성될 통신비 사회적 논의기구에는 국회, 정부, 시민단체, 업계가 참여해 통신비 인하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논의한다. 참여연대 등 통신 기본요금 폐지를 주장해온 시민단체가 포함돼 기본료 폐지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취약계층 요금 감면 정책은 기초연금 수급자와 저소득층 취약계층에 월 1만1000원의 요금 감면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는 11월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통신 3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1조9115억원으로 추산했다. 통신사들은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을 활용한 정부의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2만원대 4세대(LTE) 통신요금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도 연내 추진된다.
통신산업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통신 3사 압박에 가세했다. 공정위는 이날 통신 3사를 상대로 요금제 담합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내내 통신사들이 통신비 인하 이슈에 끌려다니고 끊임없이 정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통신사와 정부 간 밀고 당기기 신경전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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