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능력 제한 변경 가능하다
한국 방어능력 확대에 우호적"
[ 정인설 기자 ]
미국 정부가 8일 한국군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우리 측과 논의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 데 이은 후속조치로 평가된다. 정부는 오는 10월께 탄두 중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미국과 실무협의를 거친 뒤 연내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미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성능 고도화에 맞서 한국군의 미사일 공격 능력 향상을 위한 탄두 중량 확대 방안을 한국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의 파괴 능력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지만 그 제한은 변경될 수 있다”며 “우리는 한국의 방어 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어떤 일을 하는 것에도 우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한·미 미사일 지침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10월 개정됐다.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300㎞에서 800㎞로 늘어났으나 탄두 중량은 최대 500㎏으로 유지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사거리 800㎞, 탄두 중량 1t을 원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
정부는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양자회담을 통해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조기에 시작하기로 합의해 양국 간 논의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탄도미사일 사거리보다 탄두 중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거리를 늘리는 방안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에 부딪칠 수 있기 때문이다.
1차적인 탄두 중량 확대 목표는 5년 전과 같다. 최대 500㎏에서 1t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미 간 협의가 순탄하게 이뤄지면 탄두 중량을 최대 2t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탄두 중량을 1t 이상으로 늘리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수뇌부가 유사시 피신할 지하벙커를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 전역에 산재한 핵 관련 시설은 단순한 콘크리트형 지하벙커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탄두 중량의 최대치를 확대하면 결국 엔진의 힘을 늘리는 효과와 같아 미사일 기술 측면에선 파괴력뿐만 아니라 사거리를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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